'아파도 말 못하는 치질, 겨울철 복병'
정순섭 이대목동병원 교수
2017.01.31 05:22 댓글쓰기

“아, 추워” 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게 되는 계절, 바로 겨울이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계절 1위로도 꼽힐 만큼 낭만과 쓸쓸함이 공존한다지만 간과하기 쉬운 질환이 많아 병원갈 일도 많은 겨울은 어린이 및 노약자들에겐 그리 낭만적인 계절은 아니다.
 

그들에게 복병으로 나타난 겨울철 질환이 있으니 바로 치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겨울철인 12월에서 2월 사이에 치질을 앓는 환자가 평소의 1.5배인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철 불청객으로는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 당신의 뒤는 과연 안녕한 걸까.
                                 
치질은 흔히들 말하는 혈관질환에 속한다. 뇌혈관질환이나 협심증과 함께 대표적인 혈관 질환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때문에 여타 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겨울철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의 항문질환을 통칭해 부르는 말로, 보통 치질환자 중 70%가 치핵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치질 증상은 치핵에서 시작되는데 치핵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치핵은 항문 안쪽 혈관이 늘어나 그를 덮고 있는 점막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주로 낮은 기온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정맥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특히 항문 주위가 차가운 곳에 노출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겨울에 치질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 중 또다른 하나는 잦아진 술자리다. 술을 마시면 정맥이 갑자기 확장되면서 약해지는데 이때 과도하게 늘어난 정맥에 혈액 찌꺼기가 뭉친 혈전이 생긴다. 이런 혈전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면서 급성 혈전성 치핵이 생긴다.
 

치질은 보통 출혈과 통증, 그리고 항문 조직이 튀어나와 만져지는 돌출이 주된 증상이다. 출혈 증상은 변을 본 후 휴지에 피가 묻어나오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피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며 이런 경우 빈혈까지 이어지기도 하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젊은 층 여성 환자들에게 급증하고 있는데, 20대의 경우에는 여성 환자가 남자보다 30%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 여성들의 불규칙한 식습관과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변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며 임신에 의한 호르몬 변화도 변비를 유발시켜 30~40대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혈액순환을 돕도록 해야 한다.

또 낮은 기온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겨울철 스키장에서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거나 구부린 자세를 유지하면 항문으로 피가 몰려 증상이 악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활습관과 식습관 개선은 치질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이미 치질이 발병했을 경우 창피하다는 이유로 고통을 참아 병을 악화시키면 안 된다. 치질은 비위생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므로 창피해하지 말고 불편함과 고통을 느낄 시 무조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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