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이봉주 교수(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2017.01.30 19:35 댓글쓰기

인간적이면서 뛰어난 실력을 갖춰서 언제 어디서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모든 의사들의 희망이며, 그런 의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 모든 환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드라마이다. 의사 윤서정은 인턴 강동주의 고백을 애인에게 이야기하고 난 뒤 교통사고를 겪게 된다.

불행히도 사고 이후 애인은 사망하고, 그 괴로움과 죄책감으로 멀리 떠나 조용한 시골병원에서 이상적인 의사인 김사부의 지도를 받으면서 지낸다. 그러나 강동주를 만나면서 사고의 플래시백을 경험하고 심한 죄책감과 불안감에 자해를 하게 된다.
 

의사 윤서정이 겪게 되는 사고에 대한 반복적 회상과 같이 외상경험을 재경험하고 겪었던 외상을 상기시키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려하거나 그러한 상기에 대한 반응을 마비시켜려하며 지속적으로 과민상태에 있는 상태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플래시백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장면이 머릿속이나 눈앞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현상으로 플래시백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공포와 공황상태에 사로잡히게 된다.

일시적인 기억 탈락이나 의식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고, 주변에서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피는 트라우마가 된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증상으로 사건이 일어난 장소나 그것을 연상시키는 것을 피하려고 하거나 그 일을 잊으려고 한다. 멍하니 무감각해지거나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과각성 증상은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소음에 민감해지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한 경악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기분이 가라앉거나 불안감이 강해지는 것 같은 증상이 생기게 된다. 예전의 생활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히거나 자기 때문에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닐까 하고 자신을 책망하는 경우도 많고, 죽고 싶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과각성 상태나 우울 상태를 잊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기대는 경우도 아주 많고 또한 중독이 되기도 싶다. 더욱이 약물이나 알코올의 중독상태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치료를 방해한다.
 
한 개인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는 외상의 범위를 이야기할 때에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왜냐하면 외상 그 자체는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떤 경우에서는 ‘외상후 성장’이라고 부르는 정신적 성숙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자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마음의 보호 장벽이 파괴된 경우에 외상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개인은 외상의 경험 후에 두 가지 상태의 변화를 겪게 된다고 한다. 먼저 마음의 보호 장벽이 파괴된 개인은 순식간에 자신의 기능을 상실하는 초기 붕괴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이 죽거나 사라져버릴 것 같은 위협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충격과 혼란을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해리 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후 다소 점진적인 심리적 증상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자신이 경험했던 외상적 사건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를 찾으면서 원래상태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한다.

그 사건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거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가 자신인 경우에도 자신을 그렇게 하도록 만든 다른 이유를 들어 원망한다.

이런 작용들이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을 보호하기는 하지만 남들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믿을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그 사건의 의미를 찾으면서 자신의 외상적 경험을 이해하려고 하며 이런 경우에는 외상의 부정적인 영향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괴로운 굴레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현재 겪는 외상의 경험은 그 개인이 과거에 경험한 문제 있는 대인관계 및 과거에는 극복할 수 있었던 힘들었던 경험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한편 고통스러운 외상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기억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뇌의 기능적 이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설명하기도 한다. 인간의 기억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째 개인적인 지식과 같이 흔히 ‘기억’으로 불리는 것으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을 서술기억이라고 한다.

둘째 반사적인 행동, 특정 감정에 관련된 행동 등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반응을 일으키는 내재된 기억을 절차기억이라고 한다.

서술적 기억과 같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의 기억들을 저장하는 데에는 뇌의 해마와 측두엽이 관련이 있다. 초기 영아시절의 서술적 기억이 회상되지 않는 것도 덜 성숙한 해마로 설명된다.

반면 기저핵과 편도는 태어나면서부터 잘 발달되어 있고 이 부위는 절차기억과 관련이 깊다. 연구 결과에 따르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외부의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해마와 정상적인 기능이 변한 위축된 해마와 연관성이 깊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는 언급된 다양한 특징적인 질병의 증상을 포함한 불안,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의 약물치료를 한다. 또한 외상적 경험을 재구성하고 다루기 위해 정신 역동적 정신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등을 하며 최근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안구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EMDR)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경우에 약 30%에서 회복되며, 40%는 치료 이전보다 나아진다고 한다.

치료의 예후는 외상 이전에 그 개인의 성격이 어떠했는지도 영향을 주지만 사건 심각도, 어떤 증상들이 얼마나 심하게 생기는 지, 증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질병이 생기기 전에 그 사람의 기능수준이 어떠했는지, 사회적 지지체계로부터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다른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병이 동반되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사고 이전 개인의 성격적인 부분도 영향을 주지만, 앞으로 나타날 다양한 증상과 고통을 줄이는 데에는 사고이후 적절하고 빠른 치료적 개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과 만성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적절한 지원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트라우마가 된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게 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지만 최근에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해당 사건을 이야기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불쾌한 사건이나 갈등도 마찬가지로 말하는 것이 좋다. 상처가 된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장기간 마음속에 담아두면 차츰 마음이 멍들어갈 수 있다.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바로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