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중증환자 치료체계 구축 필요”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
2016.11.13 20:10 댓글쓰기
늦은 가을비가 힘없이 내린다. 어제 당직 근무를 한 후 아침부터 입원 환자 회진, 병원의 잦은 회의, 소방서 구급일지 점검, 외부 회의, 학회 일 등을 하다 보니 벌써 저녁 830. 이 시간에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라디오에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난 후 우리나라에 불어 닥칠 경제적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토론이 한창이다.

 

이틀 전 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 관련 소식이더니 이젠 트럼프 얘기가 대세인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시끄러운 세상의 일이 나의 일상은 대다수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나의 일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은 한달 반전에 일어난 전북대병원 소아 중증 환아 사망사고의 일이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전북대병원에서 일어난 일은 새로운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근무 만족도 조사근무 중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가?’ 라는 자료에서 보면 첫 번째가 응급실내 난동환자 및 보호자에 의한 무방비적인 폭력 피해, 두 번쨰가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을 보내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전원을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모든 환자를 병원 의료진이 치료하고 수술하고 입원시키면 응급의학과 의사의 일 중 반은 줄 것이다.

 

어제 근무하면서도 12세 소아환아가 놀다 볼펜 앞 뚜껑을 잘 못 먹어 기관지를 넘어 폐 깊은 분지까지 박히는 일이 있었다.

 

응급의학과, 소아과, 호흡기 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내시경실 등이 협의해 치료, 시술 및 수술을 했다.

 

그러나 호흡기 내과, 마취과의 협진으로 볼펜 뚜껑을 제거하는 내시경 시술을 진행했으나 제거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때가 저녁 11시경. 내시경 시술로는 제거가 불가능해 흉부외과적 수술적 처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아를 보내기 위한 전원 문의를 시작했고 다행히 세군 데 병원 만에 전원이 이루어지는 행운을 가졌다.

 

그것도 인맥을 동원해 새벽 1230분에 구급차 타고 전원이 이뤄졌다.

 

이런 일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지는 것과 동시에 그 사이에 내원하는 환자는 전공의에 의해 진료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응급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전북대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를 비난할 수 가 없는 것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응급의학은 1989년부터 시작되어 벌써 30년의 역사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500명이 배출되었으며 매년 160여명의 전문의가 새로이 전국의 응급실에서 응급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그 동안 응급의학의 가장 큰 성과를 들자면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던 의료를 병원 전 단계까지 확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심정지 환자, 급성 심근경색 환자, 급성 뇌졸중 환자 그리고 중증외상환자와 같이 빨리 치료만 하면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가 남지 않을 수 있는 '시간 민감성 4대 질환'에 대한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아직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응급의료센터의 진료 흐름 그리고 병원간 전원체계에 대한 재정비를 나서야 한다.

 

특히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응급의료체계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중앙정부 중심에서 각 지역별 상황에 맞게 도()나 시() 가 중심이 되는 지역별, 권역별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와 서울특별시가 서로의 상황이 다르고 모르듯이 경기도와 강원도 또한 서로를 모르고 상황이 다르다. 처음 구축단계에서는 중앙 중심의 역할이 중요했으나 이제는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앞으로 30년의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지역 중심의 지역화된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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