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인구절벽 위기 직면 대한민국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
2016.10.17 08:05 댓글쓰기

어릴 때 “3남매요” 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상대편 어른들은 “딱 맞게 자녀를 뒀다”는 덕담(德談)을 자주 들었다. 중고교에서는 한 반 60명이 넘게 시장통처럼 북적대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20대에 산아 제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30대 초반 결혼, 한 때 3명까지 생각해봤지만 2명으로 출산 계획을 마쳤다. 늘어나는 인구를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다.

그런데 15년 전부터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부쩍 회자되더니 이젠 국가 위기를 상징하는 명사가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민족 존립의 근거를 위협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인구절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대한민국 향후 총인구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100년경 현 5000만명의 인구가 반토막으로 쪼그라든다. 그리고 2136년에는 1000만명으로 급락, 민족 운명이 쇠할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에선 비참할 정도로 더 참담한 전망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소멸할 국가로 우리나라를 꼽았다. 연구소는 “미래 2750년 대한민국엔 사람이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전망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 1980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2005년 1.07명으로 최저를 기록했고 2012년 1.29명으로 다소 높아졌다. 하지만 2015년 1.24로 또 다시 떨어졌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도 전망은 어둡다. 금년 5월까지 출생한 신생아는 18만2,300명인데 작년보다 1만200명이 적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는 합계출산율이 1.19 이하로 내려간다는 의미로 한국인의 씨가 마른다는 불길한 징조의 서막이다.

사정이 이같이 암울하자 정부가 최근 대책을 내놨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15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투입된 1,2차 대책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돼 관심이 높았다.

2016년~2020년 시행될 주요 내용을 보면 소득과 무관하게 난임부부 지원 및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지원 기준을 현행 도시 근로자 월 평균 가구소득의 50%에서 70%로 조정, 임신과 출산에 따른 의료비의 건강보험 본인 부담 감소, 아빠 육아휴직 인센티브 1개월서 3개월로 확대 등이다. 정부는 이 계획으로 합계출산율을 1.5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회도 움직였다. 20대 국회에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가 설치된다. 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의원들의 초당적 협의체인 ‘어젠다 2050’도 구성됐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국회 저출산 극복 연구포럼’도 최근 발족했다.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위원회 등을 구성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행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보면서 한편으로 아쉬움이 크다.

특히 정부의 저출산 극복 대책이 결혼한 사람들 위주의 출산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보다 근원적인, 왜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분이 간과돼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취업이 안돼(비정규직 포함) 연애를 못하고 결국 결혼도 포기하는 삼포세대들이 오늘의 젊은이들 처지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든지 말든지 할텐데 출발선상에 서지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만혼은 물론 비혼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사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애를 낳아 잘 키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결혼을 못하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결혼 포기족을 해결해야 한다. 또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출산도 한명으로 끝내는 부부가 많아진 흐름 역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 대목서 바로 이 나라를 세계 수출 7위, 경제규모 11위로 끌어올린 교육열이 작금에는 나라를 가라 앉힐 수도 있는 인구절벽의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 고교 졸업생의 70%가 대학에 가지만 대졸자의 상당수가 재수는 기본에 외국 연수까지 필수가 됐어도 취업이 안되는 실정이다. 취업백수와 비정규직 젊은이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치유하기 힘든 교육병이 각종 사회, 국가적 병폐를 초래했다. 사교육은 가계 위축의 절대적 요인이 되고 있다.

중고교 학군 조성으로 인해 부동산값이 폭등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결혼은 물론 결혼 후 출산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자녀들의 걱정과 근심으로 전향됐다. 보육에 대한 근심도 많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태어날 자녀의 미래가 걱정되면서 결혼을 외면하는 풍조가 확산되는 것이다.

아이 낳아서 등골 휘는 사교육비 등이 감당안돼 잘 키울 자신이 없다며 결혼 자체를 터부시하는 문화도 만연되고 있다. “금수저는 커녕 물려줄 은수저, 동수저도 없다”는 자조성 흙수저론이 팽배하는 글이 인터넷에 도배되다시피 한다.

물론 결혼한 사람들의 출산 장려정책은 중요하다. 하지만 헬조선을 외치며, 연애나 결혼보다 취업과 같은 생존 문제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현실에서는 이 대책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싶다. 결혼과 출산은 그 다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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