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아버지의 암, 남성 비뇨기암 관심을'
이동현 교수(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2016.10.17 07:45 댓글쓰기
백발의 노신사와 젊은 아들이 진료실을 찾았다.

우연히 아버지의 혈뇨증상을 알게 된 아들이 부친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소변에 피가 좀 비치는 것 말고는 아무 증상도 없다며, 문제없다는 아버지의 호언장담과 달리 방광경 검사 결과는 방광암이었다.

내시경 수술에서 방광근육까지 침범한 침윤성암이었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복부 CT, 골주사, MRI 검사에서 방광 이외에 전이소견이 없는 방광암이었다.

수술을 통해 방광을 절제하고 소장을 사용한 인공방광형성술로 정상적인 배뇨도 가능해졌지만, 검진을 받지 않고 계속 병을 키웠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것이다.

불규칙한 식생활, 육식 증가, 흡연 등으로 아버지의 암이라 불리는 남성 비뇨기암의 발병률이 치솟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남성 비뇨기암인 전립선암, 방광암 증가율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위암보다 높았다.

그러나 급증하는 유병률과 달리 남성 비뇨기암에 대한 아버지들의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적절한 검진 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실 비뇨기암의 경우 늦지 않게 발견만해도 수술을 통한 완치율이 높아, 평소 비뇨기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다음 세 가지 수칙을 지키는 것이 암의 적절한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첫째 비뇨기건강의 바로미터인 소변 상태를 매일 확인할 것을 권한다.

특히 통증이 없는 혈뇨는 방광암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35세이상 남성에게서 혈뇨 증상이 보일 땐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바로 비뇨기과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빈뇨가 계속되거나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심한 경우에도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둘째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매년 정기적인 비뇨기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전립선암의 경우 혈중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선별 검사가 가능해, 5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수치에 따라 1~2년에 한번씩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암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암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금연이다. 흡연은 방광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흡연자가 방광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2~7배이이며, 흡연을 일찍 시작하고 흡연량과 흡연기간이 증가할수록 위험도도 높아진다.

반면 금연 후 1∼4년 내에 방광암 발생 빈도의 40%정도, 25년 후에는 60%정도 감소한다. 전립선암의 경우 육식 섭취와 영향이 있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콩과 토마토 등의 식품을 즐겨먹을 것을 권한다.
 
장기 불황의 영향인지,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소외된 아버지의 삶에 대한 조명이 집중된 요즘이다.

진료실에서 매일 아버지 환자들을 마주하는 필자로서는 그간 소외됐던 아버지에 대한 재조명이 지금 아버지의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더 나아가 아버지들이 좀 더 당당하게 한 집안의 가장이자 가정의 기둥인 자신의 건강의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남성 비뇨기암은 아버지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 및 남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저하시키는 질환이다. 우리 아버지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비뇨기암 예방과 조기진단에 관심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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