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만성 B형간염
김성은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소화기내과)
2016.10.09 20:40 댓글쓰기

B형 간염 바이러스 (hepatitis B virus, HBV)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4억 만 명 이상이 이환되어 있으며, 만성 간질환, 간경변증,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병률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로 주 감염 경로는 모체에서 태아로의 수직감염이다. HBV 감염의 만성화율은 감염 당시 연령에 반비례해 생후 1년 이내에 감염된 경우 약 90%, 1~5세 소아에서 감염된 경우 25-50%, 그리고 5세 이상 소아 혹은 성인에서 감염된 경우는 5~10%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국가적 B형 간염 주산기 예방사업을 시행해 수직감염률이 3%대로 감소했으나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의외로 임상 현장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HBV감염 상태에 있는 가임 여성 및 산모가 잘 숙지하지 못한 상태를 자주 접해서 적절한 관리와 안전한 치료를 통한 모체에서 태아로는 수직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HBV 수직 감염

B형 간염의 감염 경로는 일반적으로 간염 보유자의 혈액 또는 체액에 노출로 발생한다. 혈액을 통한 감염 확률이 높고, 타액이나 정액 등의 체액을 통한 감염 확률은 낮은 편이다. HBV의 주된 감염 경로는 수직 감염으로 모체의 혈액 혹은 체액에 태아나 신생아가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으며, 1) 출산 전 자궁 내에서 감염되는 자궁 내 감염 (분만 전 감염), 2) 분만 도중 감염되는 분만기 감염, 3) 출산 후 모유 수유나 엄마와의 긴밀한 신체 접촉을 통한 분만 후 감염으로 분류될 수 있다.


수직감염 위험 요소
예방적 조치가 없다면 HBV 수직 감염률은 매우 높은데, HBeAg 양성 산모의 70-90%, HBeAg 음성/HBeAb 음성 산모의 10-40%가량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주산기 감염 예방사업이 적극 실시된 후 HBeAg 양성 산모에서 수직감염률은 약 10%, HBeAg 음성 산모에서 수직감염률은 0%에 근접하여 주산기 감염 예방 요법은 수직 감염률을 낮추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HBeAg 양성인 경우 HBeAg 음성에 비해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HBeAg 단백 자체가 독립적인 위험 요소라기보다는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수직감염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최근 연구에서 바이러스양이 105 copies/ml, 105-106 copies/ml, 106-107 copies/mL, 107-108 copies/ml, 108 copies/ml 초과에 따라 수직감염률도 0.9%, 2.6%, 6.6%, 14.6%, 27.7%로 순차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수동-능동 예방접종
일반 임신 검사에서 HBV에 감염된 산모를 찾아내기 위한 선별 검사를 하고 있으며, HBsAg 양성 산모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HBV 수직 감염 예방을 위해 출생 후 수동-능동 예방접종을 받게 된다. 능동 예방접종은 B형 간염 백신이며, 수동 예방 접종은 B형 간염 면역 글로불린 (HBIG)이다.

이러한 수동-능동 예방접종이 수직감염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HBeAg 양성 산모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3-13%는 HBV 수직 감염이 된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태아의 자궁 내 HBV 감염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가임 여성 및 산모의 항바이러스제 치료
B형 간염 가임 여성 또는 산모에게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간질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꼭 필요한지,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태아 혹은 미래의 가족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파악해야 하며,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있어 치료 시작 및 종료 시점, 약물의 선택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대한 산모의 혈중 바이러스 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수직감염 가능성이 높은 산모에서 예방 목적으로 임신 2분기 후반 혹은 3분기 전반부터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HBeAg 양성이면서 바이러스 양이 106-107 copies/mL이상인 경우 대부분의 전문가는 수직 감염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권고한다.

하지만, 경산부의 경우 이전 출생아가 주산기감염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B형 간염 감염력이 있다면 현재 임신부터라도 수직감염 예방을 위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권고한다. 산모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신생아에게 적절한 수동-능동 예방접종을 실시한 경우, 수직감염을 거의 100%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최근 연구에서 항바이러스 투약군에서 비투약군에 비해 수직감염률이 감소되고, 신생아의 기형발생률은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어 수직감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임신 중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받은 경우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복용을 중단하도록 하며, 모유 수유를 고려한다면 출산 1개월 이내에 복용을 중단한다.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급격한 간 손상 혹은 급성 악화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간 기능 상태와 HBV DNA 양을 정기적으로 추적관찰 해야 한다.
 

모유 수유
세계 보건 기구에서는 B형 간염 주산기 예방 접종을 실시한 경우 특별히 모유 수유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한다. 수유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신생아에 유입되더라도 수동면역을 위해 접종한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에 중화되어 소멸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임상 연구에서 모유 수유로 자란 아이와 분유로 자란 아이에게서 수직감염률의 통계적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수직감염 예방을 위해 항바이러스제 복용 중인 산모에서는 항바이러스제가 모유에 잔존할 수 있어 원칙적으로 항바이러스제 복용 중인 산모에서 모유 수유는 권장되지 않으며 투약 중단 시 바로 모유 수유를 시작해도 된다.


결론
2002년부터 국가적 주산기 감염 예방사업의 전면적 실시로 우리나라 B형 간염의 주된 감염 경로인 수직 감염은 크게 감소하였고, 특히 분만기 감염이나 분만 후 감염 발생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궁 내 감염까지 예방할 수 없었으며, 자궁 내 감염의 발생 빈도는 분만기 감염이나 분만 후 감염과 마찬가지로 모체 혈액에 존재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양이 많은 산모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의외로 B형 간염에 감염된 가임 여성이나 산모들이 이와 관련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접하게 되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는데, 현재 비교적 안전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보급되어 과거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가족계획, 간질환 상태,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약물 투여의 시작 시점이나 종료 시점 등에 대한 충분히 의료진과 상담을 통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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