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그리고 대학 구조조정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
2016.07.15 16:45 댓글쓰기

“미치면 이기고 지치면 진다.”

이 같은 문구(文句)를 현판에 새겨 걸어 놓은 데가 있다. 문구가 주는 의미로 봤을 때 경쟁이 치열한 회사 등에서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내건 금언(金言) 같다.

그런데 이 곳은 회사가 아닌 식당이다. 24시간 영업을 하고 제법 장사가 잘된다. 직원도 다른 식당에 비하면 조금 많은 편이다. 헌데 특징이 있다. 거의 모든 남녀 종업원이 젊다. 주방(안이 다 보임)에서 일하는 중년의 아주머니 2~3명을 제외하면 사장은 물론 태반이 20대나 30대 청춘들이다.

호텔 및 고급 레스토랑, 프렌차이즈 음식점이 아닌 일반 식당과 젊은이들. 웬지 조합이 맞지 않아 보이지만 요즘 이런 곳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식당은 차별화가 느껴진다. 우선 직원들이 친절하다. 음식 역시 맛있고 정갈하며 기업처럼 조직을 갖춰 운영되는 느낌이 든다. 종업원 중 일부는 후일 자신도 식당의 경영자(CEO)를 꿈꾸지 않을까 한다.

가끔 점심을 먹으면서 종업원들을 바라보면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이 투영된다. 실제로 고학력 젊은이들이 식당 등 요식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안타까운 취업난이 반영된 씁쓸한 단면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556만명이었고 한 해 폐업자가 68만명이었다. 그런데 폐업자 중 25%에 달하는 15만6000명이 식당업에서 나왔다. 이중 청년 등 젊은층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까 정부가 최근 젊은이들의 식당 창업을 돕기 위한 금융 지원책을 마련했다. 예전 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식당 창업에 벤쳐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종업원 20명 미만인 소규모 식당을 창업할 때도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실 크라우드펀딩은 생계형 창업이 아닌,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 측면서 음식점에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방안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고 현실 상황에도 부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대학 입학에만 맞춰져 있는 현실이 정말로 안타깝다. 사실 하느님도 대한민국 교육에는 비답(秘答)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농(弄)에도 불구하고 해법을 찾기 힘든 비효율성이 아쉽다.

대입에만 맞춰진 교육제도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 결혼 포기, 저출산 등 국가 장래를 암울케하는 부작용이 너무도 많이 누적, 파생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을 보면 답답함이 더해진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 지원 대학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으로 당장 올해부터 인문계 정원이 줄어들고 공대 입학정원이 늘어난다. 전세계 어디에도 당해 년도 대학 입학정원이 고무줄처럼 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예측한 산업 수요를 통해 인문사회 또는 예체능 계열 입학 정원을 줄여 내년부터 공대 정원을 1만명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지금처럼 가면 10년 뒤 공학계열 인력이 22만여명 부족해진다며 이 사업의 필요성을 강변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현재도 공대 졸업생이 연간 15만명 수준이다. 그런데 이를 더 늘리면 결국에는 공대 졸업자들이 양질의 우수한 일자리를 수행하는게 아니라 용접과 판금 등 현재 전문대나 공고 및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하는 일을 잠식하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공대 계열은 조선, 철강 등에서 보듯 글로벌 산업 재편의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단순 인력 증원이 해답이 아니다. AI, 로봇산업 부상도 산업인력 증원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또 다시 대학을 예산으로 옭아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학생 등록금으로 연명하며 정부 지원금에 기대, 몇 년째 기생 생활을 하는 부실대학을 먼저 정리하고 미래산업 수요 등에 대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선후가 한참 뒤바꼈다.

최근 의료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서남의대 폐과 여부다. 서남의대 폐과 자체도 뜨거운 감자이지만 더 첨예한 사안은 이 대학이 문(門) 닫았을 때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이며 또 그 정원은 어디로 갈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벌써부터 새로운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영호남 지자체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남의대 사태는 부실 대학이 초래하는 여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교육과 정책 대신 정치가 개입한 후폭풍이 결국은 국가의 병폐로 누적되고 학생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취업 대신 가장 힘들다는 식당 창업 등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헬(Hell)조선’의 탄식을 멈추게 해줄 의무가 선배들에게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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