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쑥스러운’ 건강검진을 미루고 계시나요?
박효순 경향신문 건강과학팀장
2016.07.10 21:35 댓글쓰기

50대 초반인 필자는 금년 들어 아내와 ‘민망스런’ 신경전을 반년 가까이 벌였다. 대장암 1차 국가암검진 ‘분변잠혈검사’가 연초에 둘 모두에게 나왔다.

그런데 서로 미루고 버티다가 6월 중순에서야 그 검사를 ‘마침내’ 완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지문에 따라 우선 보건소나 보건지소, 건강검진을 하는 의료기관, 주민센터(동사무소) 등에서 채변통(사진)을 받아와야 한다.

일단 50대 초반인 아내에게 “당신도 해야 하니 같이 부탁해~"라고 했다. 그런데 한 달이 가도록 ‘함흥차사’다. 몇 차례 얘기해도, 말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싸움까지 일어났다. 아내는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왜 쪼느냐”며 분해한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직접 갖다 하라고 역공을 한다.

그러던 와중에 두 달 전쯤인가 필자가 동사무소에 민원 서류를 떼러 갈 일이 생겼다.

그 때 바쁜 면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있는 데서 “분변잠혈검사 키트 주세요"라고 말하기가 민망해 그냥 왔다.

그리고 다시 아내에게 “왜 안받아오느냐”고 압력을 넣었다. 국가 무료 검진을 안 받으면 다른 혜택의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거의 반년을 보낸 것이다.

서로에게 왜 이런 미적거림이 발생했던 걸까? 분변잠혈검사를 하려면 키트를 수령해 온 뒤에도 검체를 배출해 담기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릴 때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서 기생충 검사를 위한 채변봉투를 나눠주고 회수하면, 흙이나 모래를 담아온 친구들이 있지 않았던가.

또 그걸 다시 검사 기관에 갖다줘야 하고…. 필자에게 언필칭 조강지처를 자처하는 2년 연하의 아내는 전에 건강검진에서 분변잠혈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키트를 받아다 놓고 한 달 가까이 방치하는 바람에 신경이 쓰였다(그 때도 아내가 왜 그랬는지 감은 잡힌다).

이처럼 귀찮거나 부끄럽거나 힘든 검사라고, 심지어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는 것마저도 계속 미루다 막판에서야 겨우 받거나 아예 지나쳐버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한 이웃은 40대 중반부터 정기적으로 100만원이 넘는 종합건강진단을 하면서, 정작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지 않다가 큰 화를 당했다.

그러다 지난해에 심한 변비와 혈변이 생겨 암이 의심됐고, 결국 대장내시경을 받은 결과 대장암이 많이 퍼져,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까지 해야 했다.

고가의 건강검진을 하면서도 대장내시경을 빼놓은 이유는, 장을 비우는 과량의 액체를 마시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장을 비우는 고통에 대해 과장되게 얘기를 들은 탓이다.

5대 암 무료 검사나 기본적인 무료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평소 건강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서 무료든 유료든 건강진단을 안 받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다 핑계요 타성이다. 필자와 아내는 대장내시경을 40대 중후반 이후부터 2~3년마다 한 번씩 받아왔다.
그렇지만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의료혜택을 그냥 날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필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다) 기어코 분변잠혈검사를 완수했다.

결과는 ‘별다른 이상없음’으로 나왔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키트는 누가 가져왔을까요?


*분변잠혈검사 유의점보건당국이 45세 이상 전 국민의 대장암 1차 조기 선별검사로 채택한 방법이다. 대변에 섞여있는 소량의 혈액을 검출하는 방식이어서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대변에서 3곳 이상을 깊이 찔러서 충분한 양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변이 건조되거나 소변·물 등에 오염될 경우 검사결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변을 보자마자 키트에 담아 당일 내로 검사 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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