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의사 '닥터 왓슨' 등장
신수용 교수(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
2016.06.21 18:10 댓글쓰기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IBM에서 만든 왓슨(Watson)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빅데이터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IBM의 왓슨은 IBM이 창사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그래서 이름도 IBM 1대 회장인 토마스 왓슨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 왓슨은 자사 홍보 및 시스템의 우수성을 자랑하기 위해 2011년 1월 미국의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해당 퀴즈쇼 역사상 최대 금액 우승자(현재 환율로 53억)인 브레드 러터, 최장 기간 우승자(74연승)인 켄 제닝스와 실제 퀴즈 대결을 벌여 우승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왓슨은 위키백과와 필요한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미리 저장하고는 있었지만,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퀴즈를 풀었다. 사회자가 제시하는 질문을 사람이 실시간으로 키보드를 통해 입력하는 것 외에는 전부 인공지능을 통해 문제를 풀었고 정답을 제시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퀴즈쇼였기 때문에, 구글 검색처럼 답을 포함하고 있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 하나만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체스를 두는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미리 계산을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퀴즈이다 보니 사람이 듣더라도 이해하기 어렵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질문하는데도, 질문 그대로를 입력을 받아서 묻고자 하는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답을 추론해 냈다는 것이다.

해당 퀴즈쇼에서 나온 질문 하나를 예로 들면, “이것의 가장 큰 공항은 2차 세계대전 영웅의 이름을 따라 지었고, 두 번째 큰 것은 2차 세계대전 전투의 이름을 따랐다”는 것이었다. 정답은 시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글로 검색하더라도 정답을 쉽게 찾아내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왓슨은 이런 질문들을 받고 가장 유명한 챔피언 두 명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유추해냈다.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의 성능을 매우 극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왓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해 회사를 홍보하려던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 IBM에서는 당연히 상업화를 위한 응용분야를 모색했다. 첫 번째로 선택된 분야가 놀랍게도 의학 분야였다.

의학 분야에서도 특히 암 진단 및 치료법 제시에 적용되었다. 물론 그전부터 왓슨을 의학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의과대학과 협력해 18개월 동안 각종 의학저널과 의학 교과서, 최신 논문, 의무 기록 등을 받아 이 자료들을 학습했고(이를 IBM에서는 “왓슨, 의대에 가다”라고 홍보했다.), 이후 뉴욕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행하며 실제 의사들의 암 환자 진료 및 치료 과정을 습득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은 왓슨이 인공지능 시스템이라서 공부할 내용(데이터)을 주면, 사람이 공부하는 것처럼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기계인 왓슨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동안 계속 공부를 하더라도 전혀 지치지 않기 때문에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2013년 2월에 IBM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6십만 건의 의학적 근거, 42개 의학 저널과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약 2백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학습했다고 했다. 즉 ‘빅데이터’를 이용해 학습한 것이다.

실제로 진단 정확도도 높은데 2014년 미국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연구결과 전문의들과의 진단 일치율이 대장암의 경우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에 달하고,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수행한 백혈병의 경우 83%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다.

최근에는 EMR 텍스트 분석, 의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상업적으로도 앞에서 말한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엠디앤더슨 암센터 외에도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과 같은 유명 병원, 미국 대형 보험회사, 뉴욕 유전체 연구소와 같은 연구소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 정부기관인 보훈처에서도 도입했다.

IBM은 시스템을 ‘닥터 왓슨’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해당 서비스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원한다면 빅데이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럼 나 대신에 왓슨이 환자를 보게 될 것이고 결국 사람을 대체하게 되어서, 내가 피해를 보게 된다’라고 오해를 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관련 분야를 전공한 나의 입장은 왓슨과 같은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은 철저히 사람을 도와주는 임상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지, 사람을 대체하는 임상의사결정 시스템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종 의학적 판단은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왓슨과 같은 빅데이터 시스템을 의사결정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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