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감염병 위협 급증, 대비책 충분한가?'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2013.11.17 20:00 댓글쓰기

지난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에 의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13년 3월 중국에서 시작된 H7N9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 그리고 6월말 국내 최초로 발견된 소위 살인진드기병으로 회자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까지 최근 신종바이러스 3종 세트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2009년 H1N1 대유행을 큰 피해 없이 슬기롭게 겪은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 때문인지 또는 재난 위기를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비 중요성을 잊는 특유의 망각증 때문인지 당면한 신종감염병의 위협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 준비가 미흡한 것 같아 자못 불안하다.

 

전국의 야산, 들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한 SFTS는 국내에서 최근까지 25명 감염자에 12명이 사망하였다. SFTS는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므로 환자가 단기간 대량 발생하기보다 꾸준히 산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SFTS는 치사율이 높아(약 1/2) 일견 무서운 것 같지만, 보통 사람간 전파되는 것이 아니므로 대유행의 위협이 될 수 없다. 반면에 MERS와 H7N9 AI는 접촉 또는 호흡기로 사람간 전파가 가능하므로 2009년 H1N1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같이 순식간에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되는 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게 된다.

 

MERS와 H7N9 AI 모두 최근에 출현하여, 자연계 보유동물, 병리기전, 인체 감염경로, 임상소견, 치사율 등 전모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분자생물학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빠르게 원인바이러스가 밝혀지고, 진단법이 개발되어 환자발생의 초기 발견 및 감시체계 수립에는 많은 진전이 있다.

 

MERS는 2012년 사우디에서 첫 환자가 발견된 이래 중동, 아프리카 및 유럽 8개국에서 최근까지 108명 환자에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MERS는 2003년 홍콩에서 시작되어 세계적 유행을 일으켰던 사스(SARS)와 유사하며, 원인도 사촌에 해당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임상증상은 중증 폐렴과 급성신부전이 특징으로 약 50%에 달하는 높은 사망률을 나타내고 있다. 환자의 80% 이상이 사우디에서 발생될 정도로 중동은 풍토병지역이 돼있으며, 중동을 여행하고 귀국한 영국, 프랑스 및 이탈리아 사람들에서 소수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MERS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했던 가족, 의료진 등에서 2차 감염자가 발생하여 제한적인 감염전파가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MERS는 사람-사람간 감염전파가 원활하지 않아 아직 대유행의 위협은 되지 않고 있다. WHO는 MERS가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통해 원활한 감염전파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스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에 2만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두바이를 경유한 여행객이 다수 있으므로 MERS의 국내 유입가능성에 대비한 출입국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된다. 가급적 조기에 환자를 진단하여 격리치료하여 국내에 전파되어 유행하는 것을 차단해야 된다. MERS는 치료 항바이러스제와 예방백신이 아직 없으며, 대증치료만이 최선이다.
   
H7N9 AI는 신종인플루엔자바이러스로 2013년 3, 4월에 중국 상해 등 양쯔강 하류지역 집중하여 환자가 발생하였다. 현재까지 중국에 국한되어 135명 환자에 4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망율 33%). 재래시장에서 파는 생가금류와 접촉한 사람에서 주로 발생되며, 중국 당국에서 생가금류 유통을 금지하면서 환자 발생이 격감했다.

 

초기 증상은 고열, 오한 및 기침 등 독감 증상과 다를 바 없으나, 점차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중증폐렴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MERS와 마찬가지로 가족 등 밀접한 접촉자에서 소수의 2차 감염자가 발생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사람간 전파가 원활하지 않아 대유행 인플루엔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감염 전파력이 상승되는 경우 대유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최근 중국내 생가금류 유통이 재개되었으며, 가을철 기온이 낮아지고 철새들이 시베리아에서 남하하는 것과 맞물려 H7N9 AI 재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을 왕래하는 내국인이 매년 수백만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H7N9 감염자가 국내에서 확인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H7N9 AI 바이러스는 기존의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최근 내성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앞으로 약효를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전국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H7N9 백신은 없으나, 미국, 중국, 대만 등에서 백신 개발을 하고 있다. 최근 개발된 H7N9 백신의 사람대상 임상시험에 돌입하였으므로 조만간 효과와 안전성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항만 검역을 통한 방역, 그리고 전국 병의원에서 H7N9 환자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등 2009년 H1N1 대유행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국가가 1,300만여명분을 비축하고 있으므로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정작 중요한 H7N9 백신 개발에 대한 착수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불과 4년전 H1N1 대유행시에 백신이 준비돼있지 않아 우왕좌왕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설마 교훈을 잊고 운에 맡기고 있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대유행시 혼란상과 공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최근 시중에서 상영중인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시길 권한다.

 

역설적으로 손씻기, 항바이러스제 및 백신접종에 대한 장면은 전혀 없다. 영화는 대유행에 대한 사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고, 대유행이 발발했을 때 정치인, 공무원 등 리더십의 부재와 방역, 의료체계의 무질서가 가져오는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현재 H7N9 AI는 대유행 상황이 아니며, 앞으로 대유행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낮다. 대유행 가능성이 낮다해도 영화에서 목도하듯 최악의 감염병 재난에 대비해 최선의 준비를 갖춰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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