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
2013.10.28 07:10 댓글쓰기

지난 10월2일은 ‘노인의 날’ 이었다. 노인 개념도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과거 60세만 넘으면 대상이 됐지만 이젠 70세도 ‘신(新) 중년’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령대가 높아졌다. 평균적으로, 통계적으로 노인은 65세 이상을 그 범주에 넣는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61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 대비 12%로 고령사회 지표인 14%가 목전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5년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구 분포가 젊은 층은 줄어드는데 노년 층이 늘어나는 구조로 고착화되는 것이다.


인구 구성 흐름이 급변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책 및 제도적 차원에서 노년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상당히 미흡하다. 계층 간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복지 사각지대 역시 많다. 개인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복지가 매우 중요하고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이자 흐름이다.

 

하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복지는 출발을 잘해야 한다. 정확한 수요와 예산에 근거해서 집행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후푹퐁이 불어닥친다. 또 한번 시행한 복지정책은 되돌리기 쉽지 않은 것도 각인해야 한다.


0~5세 무상보육과 초중고생 무상급식 등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놓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복지정책 중요성과 더불어 그 부작용이 어떠한지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더욱이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정책 실시는 정쟁의 불씨가 됨을 목도하고 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벌이는 책임 떠넘기를 넘어 2353억원의 빚을 내서 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서울시 말고도 현재 전국 지자체와 정부 간 복지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인 곳이 상당히 많다. 빚내서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은 결국 국민, 시민들 주머니를 더 짜내는 방법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복지 공약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을 재고해 봐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 선거공약과 달리 ‘노인 기초연금’을 한 발 물러난 것도 우리사회의 복지 실행을 위한 제반 여건의 준비 미흡 및 재정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이 어르신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 또한 대통령 최측근인 진영 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치달은 측면을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노인 인구 급증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 가늠키 힘든 복지 예산을 필두로 독거노인 등 생활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 마련 및 범죄 예방 등의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


최근 들어 복지 공약이 줄을 잇고 관련 예산도 급속히 늘어났다. 내년 예산에서 복지 분야는 처음으로 100조를 넘어 106조가 됐다. 그러나 정부의 역대 공약 이행을 살펴보면 실제 이행률은 매우 낮게 나왔다. 이는 유엔인구기금 등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전세계 노인복지 지수에선 한국이 91개국 중 67위를 차지했다. 특히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 분야는 91개국 중 90위에 머물렀다. 창피스러운 결과다.


대통령의 공약 후퇴 등에서 볼 수 있지만 결국 복지는 재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부족 등으로 재원은 부족한데 써야 할 돈, 특히 한 번 지출되면 거둬들이기 힘든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선거 등에서 복지 공약을 남발하고 실제 정권을 잡았을 때는 공약 실시를 머뭇거리곤 한다.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요 정치권이 감탄고토(甘呑苦吐) 하는 셈이다. 자신이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 것처럼 정당이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표(票)만 의식한 정책을 남발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돈도 없는데 선심성 정책을 남발한 후 나중에는 손을 드는 셈이다. 국민들도 이런 정책을 혼동하지 않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같은 복지공약에는 세심히 검토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무상과 연계된 낭비적 요소다. 옛 말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다. 0~5세 무상보육에 따른 보육대란이 대표적이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암 보장을 늘렸더니 고가의 항암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축나고 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여기에는 의료진 및 보호자가 환자의 생명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본인부담 완화에 따른 예산이 새는 것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복지를 놓고 보편적 방식과 선별적 방식을 놓고 지난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방법의 효율성 등을 보완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보편적, 노인들은 선별적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저출산에 따른 출산 장려정책과 함께 육아 부담을 완화,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가정생활 병행을 도와주는 데에도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국가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들어갈 복지 예산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유아는 물론 노인과 빈곤층, 여기에 우리는 다른 나라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민족의 과업 통일도 과제다. 이제부터라도 정파를 떠나 나라 곳간의 현실과 미래를 정확히 판단하고 이에 부합된 살림살이를 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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