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elioidosis(유비저) 환자 발생현황과 대비책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
2013.09.29 22:00 댓글쓰기

1911년 영국 식민지였던 미얀마 한 종합병원에 마약중독자가 입원했다. 그는 '다장기 농양' 소견을 보여 이를 관찰한 영국인 병리학자 Alfred Whitmore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마비저와 유사한 어떤 질환"이라고 학계에 발표했다. 그 후 이 질병은 그리스어로 당나귀의 전염병을 의미하는 'melis'와 유사하다는 뜻을 가진 'eidos'가 합쳐져 'Melioidosis(유비저)'로 불리게 됐다.


유비저의 원인병원체는 그람 음성 간균인 버크홀데리아 슈도말레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12월 30일부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4군감염병으로 지정됐다. 현재 법정감염병 신고대상 질환이다.

 

버크홀데리아 슈도말레이균은 주로 열대지방의 토양과 오염된 물 표면에서 발견된다. 인체 감염경로는 상처를 통한 피부 노출과 흡인, 경구 섭취 등이다.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 대만, 중국 남부, 태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유행지역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중동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비가 많이 오는 5~7월에 많이 발생한다.


유비저의 잠복기는 1일 내지 21일이나 유행지역에서는 수십년 동안 잠복 후 면역이 저하됐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 간 전염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환자격리는 필요하지 않다. 유비저 환자 대부분은 당뇨병과 만성신질환 등의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다.

 

침범 부위는 폐 감염과 피부 감염이 가장 흔하다. 특히 패혈증과 급성신부전, 급성호흡부전 등이 발생하면 급속한 경과를 취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치사율은 40%정도이다. 혈액에서 배양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으며, 조기에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사망 위험이 높다. 현재 효과적인 백신은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3년 8월2일 국내에서 유비저에 의한 사망사례를 법정감염병 지정 이후 처음으로 확인했다. 국내 유비저 발생은 법정감염병 지정 이후 현재까지 모두 3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로 역학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역학적으로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올해 5월 유비저 유행 지역인 캄보디아를 약 1개월간 방문했다. 귀국 후 전신무력감과 발열, 배뇨곤란 증상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8월 2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유비저는 치명률이 높고 많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예방대처가 필요하다.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지역을 여행하는 경우에는 흙을 만지거나 고인 물을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 방문지역에서 유사증상이 있을 시 신속히 귀국해 적극적인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해외여행객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해 유비저 이외에도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등 열대 풍토병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해외여행과 출장으로 감염병 위험 지역을 갈 때는 미리 백신과 예방적 항생제, 노출 차단방법 등을 숙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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