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협력 사업 통해 우리나라 선진의료 전파'
서재성 기획실장(서울의료원)
2013.09.01 20:00 댓글쓰기

서울의료원은 작년부터 국제진료협력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심혈관초음파 장비를 기증하고 그 사용법과 복강경 수술을 전수했다. 올해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을 대상국에 추가해 진료협력사업을 확대했다.

 

네팔에 선진의료 기술 전수

 

네팔진료협력단은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7박 8일의 일정으로 카트만두의 Phect Nepal 병원에 방문해 진료협력사업을 진행했다. 네팔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했고 기존에 지원했던 복강경 수술과 위, 대장내시경 시술 그 외에 슬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전파하기로 했다.

 

네팔의 Phect Nepal 병원은 NGO 운영 병원으로 저소득층의 치료를 주로 담당하는 병원이다. 운영 대부분을 원조에 의존하며 의료 수준이 많이 떨어지고 의료 장비도 변변치 못했다. 위, 대장내시경은 시행하지만 용종을 뗄 수 있는 기구와 기술이 없어 눈으로 확인만 한다고 했다. 복강경 수술의 질도 많이 떨어져 최신 술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고 슬관절 치환술은 한 번도 시행되지 못했다.


서울의료원 진료팀은 이번 네팔과의 의료 교류에서 단순 원조에 그치지 않고 선진의료 기술을 전파한다는 목표 하에 네팔에서 진료하기 힘든 환자를 확인하고 수술과 처치를 실행할 계획으로 현지 의료진과 의논을 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네팔의 일부 병원에서는 시행하고 있으나 비용이 비싸고 할 수 있는 병원도 몇 군데 되지 않아서 실제로는 구경도 못 해본 의사들이 많았다. 사실 슬관절 치환술 즉,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술기가 복잡하고 수술 기구가 많이 필요해 통관이 염려되었지만 다소 무리하더라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사 3명, 간호사 2명, 행정 인력 1명, 총 6명의 인원과 수술 기구들을 모두 정리해 출발 준비가 완료됐다.

 

열악하고 산만한 환경의 Phect Nepal 병원


약 6시간 30분의 비행을 거쳐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Phect Nepal 병원 관계자들과 의사 몇 명이 마중을 나와 짐을 싣고 공항을 출발했다. 카트만두 시내를 통과해서 가는데 시내 모습이 참 웃지 못 할 지경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와 엉켜있는 차량과 먼지, 군데군데 포장이 엉망인 도로, 신호등은 부족하고 가로등은 없었다. 차량은 매연이 심했고 모두 매우 낡아 보였다. 창문을 닫고 운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네팔 시민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길가에서 과일을 파는 행상들이 있었으나 ‘저렇게 먼지가 수북한 과일을 어떻게 사 먹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카트만두를 지나는 작은 강은 온통 쓰레기로 가득했는데 이 많은 쓰레기를 앞으로 어떻게 치울까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각종 기구를 정리하고 점검한 후에 앞으로 수술할 환자들을 만나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는데 모두 허름한 옷차림으로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실을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책상 서너 개에 각기 환자를 보는 구조라 상당히 산만해 보였다.

 

환자들이 대기하는 장소는 의자도 부족해 몸이 불편한 환자들은 여기저기 서 있거나 바닥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수술실은 전반적으로 열악한 시설에 바닥은 물로 얼룩져있어 감염의 위험이 상당히 커 보여 향후 수술 후의 처치가 걱정되었다.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적인 시행 및 기술 전파


내시경팀과 수술팀은 도착한 다음날부터 바로 수술실과 내시경실에 투입되어 환자 진료를 시작했고 현지 진료팀에게 기술을 전파했다. 나를 비롯한 정형외과 수술팀은 도착 삼 일째부터 수술에 들어갔는데 첫 번째 환자는 46세 남자 환자였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었으나 통증이 상당해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네팔의 남성 평균 사망 연령이 65세 정도이므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양측 슬관절을 모두 치환하는 수술이어서 약 5시간의 장시간 수술을 했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하지만 병원의 물리치료실이 열악해 이후 재활이 염려되었다. 처음 보는 수술이다 보니 수술실의 의사, 간호사들이 모여 신기한 표정으로 수술을 지켜보았고 수술실 창문은 항상 지켜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상세히 답변을 해주었고 수술 중에도 되도록 많은 것을 알려주려 노력했다. 다음날 두 번째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했으며 역시 성공적으로 끝났다.

 

지속적인 교류로 네팔의 의료발전을 도모


비록 가난한 나라지만 현지 의사들은 열정적으로 수술에 임했으며 수술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의사 교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초청 교육하여 한국의 기술로 네팔에서 인공관절 수술이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네팔의 소득 수준이 낮아 활성화가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네팔의 정형외과 수술 수준이 진일보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술 중에도 간혹 전기가 끊어지는 등 의료 인프라도 열악한 상태지만 의료 영역에 대해 상당한 원조가 이뤄지고 있어서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네팔은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산악지역 주민이 대부분이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신분 상승을 막는 카스트제도가 있어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보다 체념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네팔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더욱 외국의 원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번 진료협력사업은 네팔의 작고 가난한 병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작은 손길이나마 네팔의 의료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지속적인 협력으로 네팔의 의료수준이 향상되고 그 중심에 서울의료원과 대한민국의 손길이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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