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vs 통일
선경 교수(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2013.08.18 20:00 댓글쓰기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2030년까지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노력이라고 본다.

 

수명연장, 고령화, 기후변화 같은 메가트렌드 환경이 변하면서 미래에는 질병 패턴도 달라질 것이다. 의료의 대응방식이 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보건의료인력 양성도 지금과는 질·양적으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 환경을 예측할 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통일'에 대비한 의료정책 관련 논의가 그리 눈에 안 띈다는 것이다.

 

요즘 흔히 듣는 화두 중에 '건강 100세'라는 단어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82세이다. 

 

1970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62세였다. 그동안 평균수명이 20년 늘어나는데 40년이 걸렸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20년 더 늘어나려면 얼마나 걸릴까.

 

우리의 평균수명은 82세지만, 평균건강수명은 72세이다. 즉, 평균고통수명이 10년이나 된다. 앞으로 건강 100세 즉, 평균건강수명이 지금보다 30년 더 늘어나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렇다면 건강 100세 시대가 먼저 올까, 통일이 먼저 올까.

 

대한민국 인구는 4800만 명이고, 북한 인구는 2400만 명이다. 북한 주민의 1/3이 기아에 시달린다고 한다. 통일이 돼서 그들이 대한민국에 편입된다면, 지금의 사망, 질병이나 10대 질병군 같은 보건통계는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극복한 영양실조, 기생충, 감염, 결핵 같은 질병이 만연될 것이다. 통일에 대비해 우리는 60-70년대 의사를 육성해 둬야 하는가.

 

의료 ‘수요-공급’ 측면에서, 수요곡선은 급격히 증가해도 공급곡선은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의사 한명 제대로 육성하는데 최소한 11~15년이 걸린다. 의료의 수요-공급 불균형은 무엇으로 메꿀 것인가.

 

게다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를 구매할 능력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금을 올려서 무상의료를 베풀 것인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 복지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건강장수와 미래의학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통일은 의료계에 거의 핵폭발 수준의 영향을 줄 사건이 될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고민이고 불확실한 미래 환경이다. 그것도 가까운 미래에 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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