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시대 청소년 인성(人性)
안순범 대표(데일리메디)
2013.07.29 08:04 댓글쓰기

사례 1. 중학교 2학년 딸 아이가 일어나서 처음 하는 것과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카톡이나 메시지 확인이다. 특히 실시간, 아니 수초에서 길어봐야 수분 내 피드백이 오는 카톡은 아이의 생활 방식을 통째로 바꿔 버렸다. 밥 먹을 때는 기본이요, 어쩌다 TV를 함께 봐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답답함에 몇 마디 건네면 애 얼굴이 일그러지는 경우가 다반사. 자칫 훈계를 했다가는 소원함이 불문가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속으로 끙끙 앓는다. 그러고는 되뇌인다. “참자. 참어”

 

사례 2. 모처럼 일요일 집에서 하루를 쉬기로 마음먹었다. 중 3 딸아이의 행동이 그날 따라 눈에 많이 들어온다. 뭘 보는지 모르지만 아침부터 스마트폰만 잡고 있다. 1시간이 넘어 한 마디 했다. 들은 척도 안한다. 2시간여 된 거 같아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아이가 힐끗 보며 답한다. 왜? 그러고는 계속 스마트폰의 세계로 빠져든다. 순간 소위 꼭지가 돌았지만 부인의 간곡한 만류로 잠시 집을 나왔다. 담배를 깊게 빨아 들였다.

 

통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근래 중학생 자녀를 둔 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경이 아닌가 싶다. 일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부모가 스마트폰을 집어던지거나 부서버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흔하다. 위 사례는 필자의 경험과 주변 친구나 지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다. 아들을 둔 집은 게임으로 모자 간 격한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란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5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비율은 전년에 비해 7%이상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휴대폰을 쥐지 않고 있을 때 느끼는 공포, 즉 노모포비아(No mobile phone phobia) 증상을 가진 예비 환자가 어릴 때부터 양산되고 있다. 이를 자칫 방치하고 간과하면 사회 병리학적으로 집단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문제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있어 편리하고 행복한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집착에 따른 병폐는 개인은 물론 국가의 장래를 염두에 둬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적 수준 저하를 걱정하는 탄식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카톡으로 인한 왕따와 자살 같은 극단적 경우는 언론에서 접하니 차치하자. 즉흥적이고 이성적 사고를 외면하는 생활이 고착화되면서 쉽고, 빠르고, 편한 것에 익숙해졌다. 그런 아이들은 어렵고, 기다리고, 힘든 것은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려나 이해는 없고 자신만 있는 ‘에고이즘(egoism)’에 더욱 깊게 젖어 든다.


가끔 친구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 인성에 관한 내용이 거의 한탄에 가깝다. 귀결점은 “버릇이 없다”로 집약된다. 오죽하면 공개적으로 “내 새끼지만 정말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 부모가 있을까.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내색만 안했을 뿐이지 공감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사회적 흐름이 공부의 신(神)을 만드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보니 자녀 생활이나 삶의 자세, 품성, 인격 등에 관심을 갖기는 무리다. 어쩌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면 시대에 뒤쳐진 부모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안타깝지만 세태가 그러니 역행할 수도 없고 답답할 따름이다.


스마트폰의 편리성이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모들은 그 기기의 주인이 아닌 노예가 되고 있는 자녀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가슴을 칠 때가 많아진다. 자극적이고 본능적 감각에 익숙해지는 아이들은 배려나 사고, 사색의 습관은 멀어진다. 이런 아이들이 커서 과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타인과의 교류를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 기우(杞憂) 일까. 


그런데 요즘 신문이나 방송 등에 나온 내용 중 학생들의 이런 추세와는 상반된 보도들이 눈에 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채용 기준이 바뀌어 스펙이나 어학 능력 등의 검증 기준 대신 인성(人性)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예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직원들의 잦은 이직 등으로 속앓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용 시 학벌·경력 등 출중한 능력이나 스펙보다 인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젠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그룹도 인성을 가장 중요한 선발 척도로 여기는 추세다. 특히 올해 현대차는 하반기 대졸공채 인원의 최대 30%를 인성을 보고 선발하겠다고 공표했다. 대학 성적과 영어 점수,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최대한 배제한 채 사람 됨됨이만 장기간 따져보고 뽑는 전형을 따로 마련키로 한 것이다.


현대는 이를 위해 모집-서류전형-면접-선발의 기존 채용 방식을 깨트린 새로운 채용 프로그램인 ‘The-H'를 도입했다. 이 방식은 구직자가 기업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직접 젊은 지원 후보자들이 있을 만한 대학캠퍼스 등을 찾아다니며 캐스팅한 뒤 4개월간 다양한 인성 평가 프로그램, 예를 들면 단체여행이나 봉사활동, 식사 모임 등에 참여시키고 나서 채용하는 구조다. 친구 추천제도 마련한다. 


기업 채용 방식이 바뀌면 대학교육의 일정 부분이 영향을 받고 대학교육은 또 중고등학교 교육의 변화로 이어진다. 인성이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이런 정책이 어린 청소년들의 인성 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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