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교통사고' 논란을 바라보며
조석주 교수(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2013.07.21 20:00 댓글쓰기

이번 국적기 추락사고에서 구급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발생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망원인이야 조사를 기다려볼 일이고, 책임소재와 관련된 국익 논쟁과도 관련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구급차 교통사고에 대한 실태파악, 사회적 논의나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논란이 있었다. 미국경찰의 연간 10만명 당 사망률이 14.2명이며, 구급대는 12.7명이다. 대부분이 교통사고에 기인한다. 상대차량이나 보행자 측 사망자는 구급대의 3배에 이른다.

 

궤적효과(wake effect)도 있다. 내달리는 모터보트 뒤의 물보라처럼 구급차를 피하려던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다시 그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의학적 관점에서 경광등과 사이렌이 실제로 필요한 출동사례는 5%에 불과했다.

 

과속으로 절약되는 시간은 대개의 지역에서 3분 미만이고 교통이 혼잡한 뉴욕에서도 106초였다. 이송시간 절약이 생존율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구급대가 내원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발생하는 병원 내 진료지연 시간보다도 훨씬 짧았다.

 

당국이 원 데이터를 공개했기에 미국 응급의학 의사들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응급의학 의사들은 대책을 세워줬다.

 

신고전화 접수자와 구급대가 환자를 분류해 급한 환자에게는 신속히 출동하지만 비응급 환자에게는 현장 도착시간 목표가 19분이고 경광등과 사이렌은 없다. 우리나라 소방은 데이터를 내놓지 않으니 어떤 정책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한 달 전에 화재진압 훈련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숭례문에 불이 나자 소방은 기와 제거 여부를 두고 시간을 낭비했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법적으로 대량재해 후 백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는 소방방재청 측의 대답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 더 불이 나더라도 소방, 문화재청과 지자체 간에는 또 다시 책임공방이 있을 것이다.

 

급한 환자를 태운 구급차 출동에 지나가던 차량들은 당연히 길을 터 줘야 한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대감마님 행차요’ 한 마디에 급히 길을 터주다가 진창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그 행차의 이유가 모두 급한 국사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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