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한국의 여성건강
안명옥 교수(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2013.07.07 17:08 댓글쓰기

지난 1일부터 7일까지는 제 18회 여성주간이었다. 매년 여성주간을 맞아 통계청은 여성가족부와 함께 '여성의 삶'에 대한 통계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 통계에서 여성건강에 대한 부분은 올해를 포함해 사라진지 오래다. 여성 사망원인과 기대여명 통계정도만이 의례적으로 수록됐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는 물론 現 세대 건강과 행복의 중심에는 여성건강이 있다. 각 가정에서 엄마가 건강을 잃으면 가정이 흔들린다. 여성주간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여성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보건복지부도, 여성가족부도 여성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호주와 캐나다는 1980년대부터, 미국은 1991년에 이미 '여성건강국'을 선포하고 '생애주기별 여성건강정책'을 특별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는 가정내에서 각자 여성이 알아서 챙기는 수준이다. 한국의 소외된 여성건강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무관심한 여성건강에 따른 모성사망비의 급증 현상이다. 우리의 모성사망비(출생아 10만명 당 엄마 사망자 수) 변천을 보면 우리나라의 원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 보완조사 통계'에 의하면 2008년 이래로 한국의 모성사망비는 지속적으로 늘고있다.

 

2008년 12.4, 2009년 13.5, 2011년 17.2로 OECD 국가 평균인 9.3에 비해 2배에 육박해 34개국중 꼴찌를 맴돈다. 저출산 해결에 국력을 집중하는 한국임을 생각할때 부끄러운 숫자다. 이는 性 인지적 보건의료정책의 부재와 사회 전반에 편재하는 무관심이 야기한 결과다.

 

국내 보건의료정책은 여성과 인간 생명에 대한 부분이 결여돼있다. 여성은 정책에서는 존중 받지 못하면서 임신과 출산의 중심에 있다. 미래사회를 창조하는 중심에 있으면서도 여성과 미래세대의 건강이 무시된 정책들이 산재한다.


대표적인 정책이 포괄수가제다. 미국에서 포괄수가제는 메디케이드(의료공공부조)에만 적용되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모든 국민에 적용되는 제도다. 과거 2002년 포괄수가제 시범실시 시점에 제왕절개술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에 포함하는 것이 향후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지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지만 필자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백내장 수술, 충수돌기염 수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 탈장, 치질 수술과 생명을 경각으로 다루는 제왕절개술의 중요도를 수평적으로 평가해 포괄수가제에 포함시켰다. 태아와 엄마의 생명과 건강을 한국사회가 어떻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결정이다. 두 생명을 다루는 고위험 응급 수술인 제왕절개술에는 무한한 변수가 작용한다.

 

이 때 이미 산부인과의 필연적 쇠퇴와 모성사망비 증가는 예견된 미래였다. 그런데도 7월 1일부터는 전국 병원에 포괄수가제는 시행됐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라도 빨리 고쳐야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전문성이 붕괴되면 여성건강 역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자궁 수술도 홀대받기는 마찬가지다. 인류의 고향인 자궁에 대한 무관심이 도를 넘는다. 우리사회 여성 지위의 자화상임에도 의료가 너무 전문적이라 당사자인 여성 본인들은 현상황을 알지조차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통계다. 우리나라에서 여성건강 관련 정리된 통계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법적으로 정책에 성별 영향평가를 해야하고 이를 고려해 예산을 편성해야함에도 근거로 삼을 통계가 없으니 목소리를 낼 힘이 없다.

 

자세한 통계작성은 사회진화를 위한 필수도구이자 정책 기획과 집행에 쓰일 중요자료인데도 미국에서 1898년부터 시행된 국가출생신고제도가 한국에서는 전문가의 지적에도 여전히 표류중이다. 생애주기별 정책을 만드는데 기본이 될 출생신고제도 또한 원시적이다.

 

지금까지 지난 6개월간 여성·아동 미래비전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여성건강에 대한 안타까운 국내 현실을 담아봤다. 올해 안에 보건의료사회 속 백년대계의 여성건강을 위한 입법 및 시행을 기대한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