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로봇수술, 치료 효과 좋아'
정웅윤 교수(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전문클리닉)
2013.07.01 11:05 댓글쓰기

2000년대 초반 의료용 로봇수술 기기 도입 후 신기술에 대한 검증 작업이 외과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최소 침습 수술의 전단계인 내시경 시술에 비해 훨씬 고난도 기술이 밀집된 로봇수술은 당연히 기존 수술법보다 술 후 결과가 뛰어날 것으로 생각했던게 일반적인 상념이었다.

 

그러나 초기 연구 결과에서는 내시경 시술과 비교 시 결과나 효과에서 조금 더 양질이기는 하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에 많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기존의 내시경 시술에 비해 고가의 장비를 투입한 로봇수술 결과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문제는 기존 내시경 시술과 막 시작하는 로봇수술 결과를 비교한 것이라 객관적인 비교로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다시 적합하게 이뤄지는 비교 분석에서는 각 장기별로 확연히 수술 후 종양학적인 결과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로봇수술이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 추세다.

 

"안전성·효용성 OK-그밖에 장점은 없나?"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으며 젊은 여성에서 호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후 미용 및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한 내시경이나 로봇수술이 많이 시행돼 왔다.

 

그간의 연구에 의하면 로봇 갑상선 절제술의 술기상 안전성이나 효용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종양학적 결과에서도 기존의 개경(목 절개를 통한) 수술과 비교했을때 치료 성적이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가의 로봇 장비가 사용되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로봇 갑상선 절제술이 기존의 개경 수술에 비해 미용적인 측면 이외에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목에 흉터만 남기지 않는 미용 수술’ 이라는 비하적인 표현으로 로봇 갑상선 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가 과장됐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결국 객관적인 근거가 제시돼야만 해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세브란스 병원 갑상선암 클리닉팀 도움으로 2007년 로봇 갑상선 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미 2001년부터 시행을 해왔던 내시경 수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한 로봇 갑상선 수술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만 3200예 이상 시행됐다.

 

그 중 대부분이 갑상선암에서 시행됐다. 로봇 갑상선 수술의 초기 경험부터 시작해 1000예를 시행할 때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술 기법의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해 보고했으며, 이후 로봇 갑상선 수술의 장점에 대한 여러 비교 분석결과가 해외 유명 학술지에 등재됐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존 내시경 갑상선 수술법에 비해 로봇 수술법이 난이도가 높은 술식에서 더 쉽게 시행될 수 있었으며, 수술 시간이나 수술의 근치성 부분에서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개경 수술에 대비한 수술의 근치성도 2012년 Surgery지에 보고한 결과를 통해 로봇 갑상선 수술과 기존의 개경 수술과 비교 시 수술 후 종양학적인 안전성이나 근치성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수술법의 안전성이나 효율성 뿐만 아니라 로봇수술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도 여러 방향으로 진행돼 객관적인 비교를 통해 기존의 개경 수술에 비해 로봇으로 갑상선 수술을 받았을 때 미용적인 효과 외에 여러 장점이 있음을 제시할 수 있었다.

 

우선 갑상선 수술을 하고 나면 목 주변에 상처 치유 과정에서 주변 조직과의 유착을 통해서 신경의 손상 없이도 목소리의 질이 저하되거나 음식을 삼킬 때 불편감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로봇 갑상선 수술을 받은 군에서 개경 수술을 받은 군에 비해 유의하게 목소리의 질 저하나, 연하 시 불편감이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갑상선 수술을 받은 경우 목의 앞부분에 통증이나 감각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개경 수술과 로봇 갑상선 수술을 받은 군에서 통증이나 감각 저하의 변화를 비교 시 로봇으로 수술을 받은 군에서 회복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용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항상 눈에 띄는 부분에 흉터가 없으므로 환자들의 만족도는 훨씬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군에서 더 높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갑상선 암에서 측경부에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갑상선 전 절제뿐만이 아니라 측경부 림프절은 다같이 절제하는 광범위한 수술을 필요로 한다.

 

이런 경우 목의 앞쪽으로 최소한 10cm 이상의 큰 수술 흉터와 수술 후 목 근육의 변형, 유착에 의한 만성 통증 등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젊은 여성에서 갑상선 암이 호발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수술은 환자들에게 수술적인 치료 후에도 치명적인 신체적, 정신적 낙인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통해 목 부위에 절망적인 흉터와 장애없이 근치적인 갑상선 절제술과 측경부 림프절 절제술을 안전하게 시행 할 수 있었고, 수술적인 안전성과 효율성에 있어서 개경 측경부 림프절 절제술과 전혀 차이가 없음이 검증됐다.

 

"한국, 세계적인 로봇수술 메카 자리매김"

 

물론 암의 진행 및 전이 정도, 비용대비 효과 측면을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수술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집도의 숙련도와 수술 경험에 따라 결과 역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수술법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국내에서 시행된 것은 불과 8년여 밖에 되지 않았으나, 국내 의료진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을 통해 현재 한국이 로봇수술에 있어 메카가 돼 가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수술법을 해외 유명 대학병원의 수많은 의사들이 직접 방문해 배워가고 있으며, 그 술식들이 해외 유명 교과서에 실리고 있다.

 

즉, 외국에서 하드웨어는 들여왔으나 소프트웨어는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그간 국내 의료진들의 꾸준한 노력에 의한 근거 중심의 결과 제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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