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
조재국 교수(동양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2013.04.29 08:43 댓글쓰기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의 보건의료분야의 공약을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보장성의 정도와 재정소요 측면에서 보면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표를 얻기 어려운 공약이었음에도 당선 이후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4대 중증질환 관련 보장성 공약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 무슨 추진단을 구성하여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지금 대한민국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중증질환을 포함하여 어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어느 병원(들)이 그 질병치료를 가장 잘 하는지 그리고 치료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치료를 받으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등에 관한 정보이다. 소득수준 증대 및 인구고령화와 더불어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이 발달함으로써 환자 및 환자가족들의 질병과 치료에 대한 지식수준은 엄청 높아지고 있으며, 이와 비례하여 명의나 좋은 병원을 탐문하는 욕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그 정보의 양과 질이 너무 미흡하다. 병원평가와 질병 치료의 질에 대한 평가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질병관리본부 등의 여러 기관이 관련되어 있다. 그 중 심평원의 병원평가정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고 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모 일간지에서 최근 몇 년에 걸쳐 병원평가를 실시하지만 미흡한 실정이다.

 

질병치료의 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발병위험요인, 의료서비스 과정에 대한 질 관련 지표 선정 및 측정 그리고 건강결과(또는 치료의 결과) 등이 중요하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건강결과로서 장애정도 및 사망률 등이 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사망률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중증도 보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의 다년간에 걸친 다양한 기초 통계자료가 요구되며 환자들의 추적조사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참고로 우리가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는 기구가 미국의 보건부 산하에 있는 ‘보건의료 연구 및 질에 대한 기구’(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라고 할 수 있는데 연간 예산이 무려 6천억원이 넘는다.

 

최근 심평원의 평가업무 증대를 위한 노력이 있어 왔지만 환자들의 발병위험요인, 치료의 과정평가 등을 심평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집행 차원에서 너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기관간의 협조와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병원평가 및 질병 치료 과정과 결과의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작성해야 하며 이와 같은 평가결과가 의료소비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공개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중에 이것만이라도 해결한다면 정말 큰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병원들의 자발적인 관련 정보제공도 필수적인데 다행이도 최근 서울성모병원 등 병원도 이에 대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정보들이 공개되었을 경우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 평가결과가 좋은 특정병원(특히 수도권의 대형병원들)에 환자가 집중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급속히 진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방병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며, 특히 지방병원의 특성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지방병원 자체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이와 같은 정보는 국내 의료수요자들뿐 아니라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환자들을 더 많이 유인할 수 있는 도구로서도 중요하다. 국내외 의료소비자들의 정보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조속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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