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와 비만
김양현 교수(고려대의대 가정의학교실)
2013.04.14 20:00 댓글쓰기

현재 우리 나라의 비만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힘들었던 ‘보릿고개’ 시대와 달리 지금 우리는 먹을 것들을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위 ‘에너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를 이용할 기회 마저 ‘편리’라는 이름 앞에 자동차나 엘리베이터에 빼앗겨 버렸다. 이렇게 남 에너지는 에너지의 가장 효율적인 저장 형태인 ‘지방’으로 전환 돼 우리 몸 곳곳에 쌓이는데 이것이 바로 비만의 원인이다.

 

과거에는 음식을 얻는 방법이 직접 채취를 하거나 조리를 해야 하고 이동은 대부분 걸음에 의지해야 해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현대는 빠르고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말미암아 에너지 소비의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고, 또한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에너지 소비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속도’와 ‘효율’을 중요시하는 현대 트렌드가 만들어낸 신체 적응 결과가 바로 ‘비만’이다.

 

즉 고칼로리의 음식과 낮은 에너지 소모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생활방식이며 특히 사회가 지속적인 고효율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신체의 사용이 최소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남게 돼 비만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최근 비만에 대한 다양한 홍보로 인해 고칼로리 음식 섭취를 줄이는 등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는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환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칼로리의 소모가 줄어든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어느 정도 비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몇몇 대표적인 음식의 칼로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이 운동을 한 시간 했을 때 몇 칼로리가 소모되는 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하루에 30분 이상 하라고 해서 무작정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운동을 열심히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운동을 그만 두거나, 반대로 과다한 운동으로 인한 활성 산소 등으로 피곤함이 악화돼 운동을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현대의 비만 치료는 음식 섭취를 줄여 에너지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남는 에너지를 어떻게 소모할 것인가에 대해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단순히 칼로리 소모라는 측면에서의 운동을 강조하기 보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같은 운동 자체의 긍정적인 효과를 홍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운동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쁘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만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내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이러한 고효율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단기간에 많은 체중 감량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본인의 정확한 비만 상태를 체크하고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돌아보고 관리하기 보다는 소위 살 빼는 약을 처방받거나 지방흡입술을 비롯한 시술을 통해서 빨리 살을 빼기를 원한다. 하지만 리덕틸이 퇴출된 이후 장기적 체중 감량을 이룰 수 있는 약이 많지 않고 시술의 비용이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비만에 있어서 근본적인 치료 접근을 할 수 있는 적기이다. 물론 약을 꼭 먹어나 시술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음식의 당지수를 고려하는 등의 식이 요법과, 식사일지를 통하여 본인의 식사량과 칼로리를 체크하고 현재의 비만에 영향을 주는 상황과 조건에 대해서 생각하고 교정하는 행동인지적인 치료, 그리고 칼로리의 소모를 유도하기 위한 운동요법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이렇게 근본적인 비만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의사의 입장에서는 개개인에 맞춘 상담과 교육을 장기간에 걸쳐 해야 한다. 하지만 빠른 결과물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가격,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게 된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이런 것들을 알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한 환자를 보게 되면 다음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고 이로 인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제한 되어 진료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육이나 상담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 문제점으로 인해 시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짧은 본인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러한 치료적 관계를 장기간 잘 유지하여 결국 본인 스스로가 통제하는 방법을 얻게 된 경우 대부분 장기적으로 체중을 잘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이를 올바르게 바꾸어 가는 것이 비만 치료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비만 치료는 어떻게 보면 이러한 고효율을 추구하는 현대의 트렌드와는 반대로 해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먹거나 귀찮더라도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과 같은 제지방을 늘려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개개인에게 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을 제공하거나 비만을 진료하는 의사의 수가를 보장해 주고, 베리아트릭 수술이나 비만약 처방에 대한 보험 급여를 확대하여 운동 및 비만 치료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혈증과 같은 다양한 만성질환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많은 진료 비 및 사회적 부대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적 균형을 맞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一日一食’ 이 유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끼 식사를 통해 남는 에너지를 줄이고 몸에긍정적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깨우자는 생활 방식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의 고에너지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한편 몸에 ‘쉼’ 혹은 ‘여유’를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편리함이나 고효율을 생각하기에 앞서 본인의 몸이 진정 어떠한 것을 원하는 지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사색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또한 나라에서는 비만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생활 지침을 마련하여 국민이 실제 생활에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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