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윤용순 대외협력부장(전주예수병원 재활의학과장)
2013.03.31 20:00 댓글쓰기

서남의대 학생들은 올해 초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그동안 불만이 많았던 학교였지만 갑자기 폐교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위로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1월초에 학생들끼리 실시한 투표에서는 과반수를 약간 넘긴 인원이 폐교를 지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이 전개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폐교를 위한 대책과 법적 준비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을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2월에 실시한 투표에서는 다시 바뀌었다.

 

77%의 학생들이 학교가 새롭게 되기를 원한 것이다. 임상실습병원이 없던 본과 4학년들은 구정이 지난 후 예수병원으로 임상실습을 받으러 왔다. 첫 대면에서 얼굴에서는 긴장감과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하지만 임상실습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나타났다. 이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농담도 걸어온다.

 

1달이 지난 후 그동안의 임상실습을 받은 것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놀랍게도 100%의 학생들이 만족감을 표시했다. 예수병원의 스텝들은 보람을 느꼈다. 역시 교육은 학생들이 변화되는 것을 보는 것이 보람이다.

 

현재 이번 일과 관련된 단체들은 많다. 서남의대 학생들, 교수회, 학부모님들, 서남대 재단, 서남의대 설립자, 의사협회, 의대인증평가원, 국회, 교육부, 복지부, 의대를 신설하고자 하는 대학들, 남원시 등이 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크게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어 질 수 있다. 물론 이번일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서남의대에 관한 기사만 올라와도 풀이 죽는다. 가해자는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직접적으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마땅히 벌을 받아야할 사람들이 있고, 간접적으로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피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들어보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그분들의 주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작용은 고려했는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는가이다. 

 

우리가 서남의대 학생들을 품으면서 제일 먼저 고려한 것이 ‘학생’들이었다. 마음 속의 생각을 숨기고 목적만을 이루려는 교활함이나 목적을 이루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맘을 배제하고 최대한 정직함과 열정으로 추진해왔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바람직한 결과를 위해서라도 그 잘못된 과정을 합리화할 수 없다.

 

교육과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대다수의 환자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애꿎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예수병원은 지금도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유익을 주기 위하여 날마다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예수병원이 이일을 시작하였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우리의 뜻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말하면 서남의대 학생들을 잘 교육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예수병원이 학생들을 교육할 능력은 문제없다고 자신한다.

 

만약 서남의대 학생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확실하고, 전체 서남의대 학생들이 예수병원의 협력을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관계를 정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잘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되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좋은 의대교육의 모델이 되고자 한다. 학생들을 다른 의과대학의 의대생들과 비슷하게 교육하려는 것이 목표였다면 우리는 시작도 안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의학교육은 아쉬운 점들이 있다. 전인(全人)적인 사람을 대하는 의사를 양성해야 하지만 마치 유물론적인 사고를 가지고 단순히 의학 지식과 기술만을 갖춘 기술자(technician)을 양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수년전부터 의대인증평가원(의평원)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좋은 기준들을 만들어서 평가를 하고 있다.

 

세계 의사회는 의학의 가치로, 동정심(타인의 곤경에 대한 이해와 우려), 능력(능력을 발휘할 때는 지식, 기술, 윤리, 태도가 동반되어야 함), 자율성 : 개인의 자율성과 환자의 자율성(동의)의 조화, 인간존중을 역설하였다.

 

그러므로 의학을 배우고 실천하는 학생과 의사들은 위의 가치를 기준으로 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 한국의 의평원에서도 좋은 평가기준을 마련하였으나 아직은 의학적인 지식과 술기 이외의 부분에 대한 교육은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

 

실례로 많은 의과대학에서는 인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동정심, 윤리, 의사의 자세에 대한 교육, 인간존중에 대한 토의 및 실습등의 전인(全人) 교육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나 교육이 없다.

 

위의 가치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나 장비 시설도 중요하지만 의대 교수와 학생들간의 만남에 있어서 절대적인 시간과 기회의 양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현실은 의대교수들은 많은 양의 진료와 연구, 외국과 같이 비서가 없이 해야하는 행정적인 서류작업등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과의 만남을 갖기 힘들다.

 

의대 교수들은 방학 때도 진료에 매달리며 일을 해야 한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교수들이 직접 창의적인 교육방법을 시행하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고 다시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 진료와 연구 때문에 그러한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고육지책으로 의대인증평가 준비를 위한 민간 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즉, 의평원의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충실히 수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자들의 사명감이다. 예수병원의 전체 전문의들의 전인적인 교육에 대한 사명과 헌신은 남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05년부터 전공의들의 전인적인 교육을 위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교재들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다. 교재는 매년 업그레이드해서 나중에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의대가 없었기에 2010부터는 학생인턴(서브인턴)제도를 개설해서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인적인 교육을 수행해 왔다. 정말로 예수병원이 바람직한 의대교육의 한부분이 될 지 지켜봐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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