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호 미래에 희망 건다
한림대학교 곽찬영 교수
2013.03.12 08:59 댓글쓰기

최근 보건복지부는  현행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인력 체계를 3단계로 개편하기 위하여 2018년에 시행될 ‘간호인력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간호인력을 개편하게 된 주요 배경은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위한 간호 인력의 다양화와 환자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인의 책무성 강화등을 들 수 있다.

 

이번 간호인력개편방향은 노인인구의 증가, 만성질환관리 요구 증가,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에 대한 보건교육인력 확충 등의 여러 의료환경 변화에 간호인력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개편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많은 간호인들의 염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미국에서 임상간호와 간호교육에 20년 넘게 일해 온 본인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개편방향을 이해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간호영역은 의사보조영역과 독립적 영역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즉 간호사는 진료를 위한 의사보조 역할 뿐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반응에 대한 치료적이고 과학적인 전인(holistic) 간호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독자적 역할도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전인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는 일상생활 유지에 필요한 기본 위생간호에서부터 심폐소생술까지 환자가 필요한 모든 치료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듯 업무의 수준격차가 큰 간호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미국과 독일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간호인력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예를 들면 정규간호사, 실무간호사, 그리고 간호보조인력이 팀을 이루어 전인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팀의 구성 비율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정규간호사 대 실무간호사의 비율을 조정한다.

 

예를 들면 대학병원 중환자실에는 실무간호사를 거의 두지 않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에서는 실무간호사 비율을 올리는 등 업무 종류와 양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력을 배치한다.

 

인력배치 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기본 원칙이 있는데, 업무의 책무성(Accountability)과 환자의 안전성이 그것이다. 책무성은 전문직인 정규간호사나 의사만이 가지는 고유 영역이자 의무이다. 따라서 실무간호사는 전문직 인력이 아니며 최종 책무성이 없으므로 독립적으로 간호를 제공할 수 없다.

 

이 두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미국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실무 간호사를 고용하여 환자의 안전성을 위협한다거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실무 간호사만을 고용하여 업무의 책무성을 포기하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

 

간호팀간의 업무는 간호법에 명시되어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규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실무간호사나 간호보조인력에게 위임하여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호법에 실무간호사는  혈액을 투입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있으므로 그 업무는 위임할 수 없다.

 

건강 사정이나 의사결정등 수준 높은 지식을 요구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술기는 정규간호사가  직접 수행하고, 활력증후 측정 등은 위임한다. 정규간호사는 위임한 모든 업무에 대해 최종 책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임 시 환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업무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정규간호사는 위임 전에  교육, 멘토링 및 감독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위에 설명된 의료선진국의 간호팀제도는 수준격차가 넓은 다양한 간호서비스 전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책무성이 강화되어있어 환자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18년 시행을 목표로 하는 ‘간호인력 개편 방향’에는 우리나라의 현 간호제제를 의료 선진국형 간호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환자중심의 맞춤형 사례관리, 의료서비스 조정 및 연계 역할,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교육, 의료서비스 제공의 형평성 등을 위한 미래형 의료전달체계와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직종간의 영역이나 이권 다툼으로 소모적일 수 있는 현 체제에서 환자만족도, 재입원률, 사망률등의 결과(outcome) 지표향상을 위한 전인적 간호서비스 전달 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 제도를 의료환경이나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그 이유는 1) 실무간호인력으로 정규 간호사를 대체할 것이다. 2) 우리나라에는 간호법이 없어서 위임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 3) 팀인력간의 협력이 어려워 간호사의 책임만 늘어날 것이다 등의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가 사실이라면 발표한 정책방향은 우리나라 간호를 퇴보시키는 것이다. 어떤 의료정책가도 간호서비스를 퇴보시키는 정책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의료소비자에게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진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간호서비스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개편방향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연속적인 실행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법정 간호인력 준수를 감안한 현실적인 간호수가 및 간호등급 재정비, 간호인력간의 업무 및 위임 제도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 확립, 미래 간호인력의 수요와 공급 예측에 근거한 인력양성, 교육기관 인증 허가 요건, 간호팀간의 협력과 멘토링 문화 창조 등이 실행 방안의 실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간호의 정체성에 대하여 심도 있는 학문적 그리고 의료정책적 토의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간호개념에서 벗어나 현재의 분절된 의료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환자중심적 의료전달체제 확립에 이제 간호인력이 구심적 역할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새정부가 들어선 따뜻한 봄햇살밑에서 새로운 한국의 간호 패러더임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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