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디자인
선경 교수(고대의대 흉부외과학교실)
2013.03.10 20:00 댓글쓰기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을 중심으로 의료와 디자인을 융합하기 위한 로드맵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의료와 디자인. 좀 더 정확히는 의료서비스와 서비스디자인. 참으로 생소한 개념이다. 워낙 서로 거리가 멀고 언어가 다른 두 분야이기에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리가 먼 분야일수록 일단 만나기만 하면 융합의 폭발력은 크다는 것이다. 로드맵 개발 작업의 결과물이 주목되는 것은 그 이유에서다.
 
모두들 의료가 차세대 성장동력이면서 IT산업을 대치할 대한민국 먹거리산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료를 어떻게 산업화할지 혹은 의료산업화를 어떻게 정의할지 아직도 애매하다.

 

의료산업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다. 그리고 의료서비스는 자체의 본질가치를 계량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자인적 요소가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서비스 디자인이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새로운 대안적 도구로서 떠오르는 배경이다.  

 

의료서비스와 서비스디자인을 융합하기 위한 로드맵 작업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워낙 선례가 없는 시도인 만큼 가시적이며 차별화된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끝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로드맵 개발 추진체계에 몇 가지 안전장치가 도입됐다. 

 

첫 번째, 분과는 모두 5개로 구성됐다. 의료서비스의 주체인 의학-약학-간호학 분과와 더불어 병원경영 분과와 공공의료를 대변하는 응급의료 분과가 포함된다.

 

두 번째, 추진위원 선발은 무엇보다 학제 간 융합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시했고, 그 중에서 국가 연구개발 정책을 이해하고 기획을 해본 경험이 우선시 됐다. 

 

세 번째, 개발추진체계에서 모든 분과는 해당분야 의료 전문가와 서비스 디자이너의 이중구조로 구성됐다. 

 

네 번째, 운영프로세스 상에서 검증위원회와 자문위원회 그리고 주관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상호 ‘cross checking’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의학-약학-간호-경영-응급 서비스 각 분과의 의료전문가들은 참여하는 서비스 디자이너들에게 해당분야의 정보 등을 제공한다. 특히 공급자의 시각 뿐 아니라 전문가로서 파악하고 있는 소비자(환자/보호자) 시각의 니즈나 경험도 전달한다.

 

각 분과의 서비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측면에서 제공받은 정보를 가시적이거나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변형시킬 것이다. 그것들은 최종적으로 모든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새로운 서비스나 가치 콘셉트를 제시하게 된다. 
 
기대하는 로드맵 개발 작업의 결과는 고객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새로운 서비스 창출이다. 동시에 어떤 결과물들은 비즈니스 모델로서 지식재산권(IP)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부가가치가 의료서비스산업의 국부창출 방안이 될 것이다.
 
의료산업은 post-IT 시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이며,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도 서비스산업에 대한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행정부처가 헬스케어 산업에 직·간접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도구는 지경부의 헬스케어 산업정책을 다른 부처의 헬스케어 산업정책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믿는다.

 

특히 이번 로드맵 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으로써, 의료서비스 디자인이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정책목표와 기관 고유목적사업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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