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우선시 되는 한의학'
송미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웰니스센터장
2013.03.03 12:58 댓글쓰기

한방과 양방을 구분해서 말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한방에서는 ‘사람’을 보고 양방에서는 ‘질병’을 본다는 말이다.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에서는 “眞氣從之 精神內守 病安從來”, “正氣存內 邪不可干, 邪之所湊 其氣必虛”라 하여 우리 몸의 正氣가 제 역할을 한다면 질병이 생기지 않고, 질병이 생기는 것은 그만큼 몸이 약해진 것이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질병에 걸렸다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력이 그만큼 떨어져있다는 것이고 사람에 따라 취약한 부위 또한 다르게 되는 것이다. 몸 어딘가 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린 단순히 검사결과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 ‘000호실 환자’가 아닌 것이다.

 

사람, 人間은 절대 수치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존재이다. 여기서 心身醫學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신의학이라 함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의학이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각각의 장기에 각각의 마음이 들어있다 하여 몸과 마음을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으로 바라봤다.

 

즉, 치료에 있어서도 몸에 탈이 났을 때 반드시 마음을 같이 보게 되는 이유다. 좀 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우리의 몸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인격체이다. 우리가 겪어온 삶, 우리가 지내는 삶의 모든 것은 우리의 몸 안에서 나타난다.

 

사소한 일상생활의 습관은 체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런 체형의 변화는 통증을 가져온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먹고 있는 것들은 우리 몸 안의 변화를 가져오고 여기에 따라 매 순간 변화되는 우리 마음의 파동은 더 큰 몸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쌓여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된다. 이야기들이 모여 체질이라는 것이 나타나게 되고 이야기들이 모여 각자의 질병들이 발현된다.

 

‘몸’ 그 자체만 바라보았을 때 이야기는 더 이상 전개되어나가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들은 그저 똑같은 전개와 똑같은 결론으로 이어지게 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은 우리의 心身과 더불어 처음부터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의학, 사람이 우선시 되는 의학인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고 삶을 바라보며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잣대만을 들이대지 않는다.

 

각자가 갖고 태어난 체질도 이야기의 도입과 전개에 있어 중요시 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未病’(진단상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환자 본인은 불편하다고 느끼는 상태)에 대한 언급이 예방의학적인 관점에서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늘상 달고 사는 만성적 어깨 결림, 불면, 소화장애 등의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몸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무시하면 그들은 이야기의 전개를 점점 힘들게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미병, 아건강 상태들 또한 한방진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바로 한의학이 질병이 아닌 사람을 보는 의학인 이유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웰니스센터 또한 이러한 한의학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치료와 예방, 그리고 환자 개개인의 이야기를 반영한 건강관리 및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됐다.

 

한방재활의학과와 한방신경정신과가 주축이 되어 침과 한약치료와 병행해서 명상, 맞춤운동, 한방음악치료, 웃음치료, 약선 등의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사용된다.

 

인간은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몸과 마음을 가진 유일한 존재들이다. 환자 개개인의 삶을 바라보지 않는 치료는 결국 반 쪽짜리 치료밖에 될 수 없다.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한의학은 각박해지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질병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의료로 발전해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국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속에 당당히 K-Medi가 큰 축을 이룰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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