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표적항암제 개발 도전
김인철 단장(국립암센터 항암신약개발사업단)
2013.02.24 22:00 댓글쓰기

21세기 들어 괄목할만한 과학기술 발달로 여러 종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신약이 개발·상용화되었다. 이 때문에 질병 대부분은 치료 기술이 획기적으로 높아져 완치를 기대하게 되었다. 생명 유지에 지장을 느끼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암은 예외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수명이 증가하고 동시에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암 발생률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생애에 암에 걸릴 확률도 30~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러 질병 중 암은 의료진에게 194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속수무책의 질병이었다. 암으로 일단 진단을 받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947년 미국 보스턴의 소아과 의사였던 시드니 파버(Sidney Farber) 박사가 아미노프테린(aminopterin)이란 물질을 소아백혈병 환자에 투여하여 단기간이라도 치료 효과를 최초로 관찰함으로써 우리 인간은 비로소 암 치료에 도전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후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그리고 지금도 사용하는 대부분의 화학요법인 키모테라피(chemotherapy) 항암제는 부작용이 컸다. 치료받는 환자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동시에 암의 다양한 내성현상으로 때로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기존 항암제 사용으로 어느 정도 치료 효과는 있지만 매우 심한 부작용과 재발로 암환자는 치료 중에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1998년 유방암에 쓰이는 항체신약 치료제인 트라츠즈멥(tratuzumab)가 개발되었다. 그리고 2001년 만성백혈병에 사용하는 이마티닙(imatinib)과 같은 획기적인 치료제가 개발됨으로써 그간 고통과 두려움의 대명사였던 암도 서서히 우리 인간이 도전하고 극복하는 질환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암의 근원적인 표적을 집중해서 공격하고 부작용도 적은 소위 표적항암제 개발로 부작용 고통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것이다. 몇 종류의 암은 마치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당장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의료기술 발전과 시스템 구축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러나 의료진이 사용하는 첨단 항암신약의 100%가 선진국에서 개발한 항암제이다. 이러한 의약품을 수입하여 사용하려다 보니 개인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부담을 개선하고 보건의료산업 육성에 기여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최첨단 항암제를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대했다. 이에 2011년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국립암센터를 주관기관으로 하는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 사업단이 문을 열었다.

 

산학연과 병원 전문가를 연결하여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혁신항암신약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다. 고통받는 암환자를 구하고 동시에 국가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하려는 취지로 출범한 이 사업은 바로 관련 인프라를 연결(bridging)하고 도출된 신약후보를 개발(development)하는 새로운 개념의 정부 항암신약개발지원사업이 된 것이다.

 

항암제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려면 연구개발자는 환자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하여 창의적인 임상평가로 연결돼야 한다. 이에 사업단은 글로벌 항암제 개발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산학연의 기초연구자와 병원의 응용연구자인 임상의사를 연결하는 가칭 '대한항암제연구개발네트위크(Korea Anti-cancer R&D Network: KacNET)'를 구성하여 연구자 사이에 다리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