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색전증이란 무엇인가?
대한산부인과학회 오수영 의료분쟁조정법 TFT 간사(삼성서울병원)
2013.01.27 20:00 댓글쓰기

 

분만 전후의 갑작스런 심혈관계 허탈 및 응고 장애가 특징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
선진국에서의 모성사망의 원인의 중요한 원인
2011년 산과적 색전증으로 우리나라에서 총 22명의 모성사망 발생
산모에게는 벌에 쏘여서 사망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아나필락시스 (과민성 면역반응)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확률적으로 닥쳐오는 러시안 룰렛과 같아

 

증례: 진통 중인 산모가 갑자기 태아 심박수가 분당 80-90회(정상 120-160회) 감소하면서 회복되지 않는 소견을 보여 바로 응급제왕절개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산모에게 청색증이 발생했으며, 혈압은 165/100 mmHg, 맥박은 분당 130회이었고, 호흡수는 분당 32회로 빨라졌다.

 

5분 후 산모는 호흡정지돼 기도삽관 후 호흡보조요법을 시행했으나 20분 후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 시행에도 불구하고 동맥혈 가스 분석검사에서 심한 산증을 보였으며, 산소포화도는 85.1%이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지 15분이 지나 잠깐 자발호흡과 심박동이 회복됐다가 곧 정지했다.

 

양수색전증

 

양수색전증은 갑작스런 심혈관계허탈, 의식상태변화, 응고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치명적인 산과질환이다. 양수색전증은 직접모성사망이 중요한 원인이자, 특히 피할 수 없는 모성사망의 원인으로 악명이 높다. 양수색전증의 발생 빈도는 약 20,000 분만당 1건 정도로 알려졌고 특히 선진국 모성사망의 중요한 원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에서 ‘산과적 색전증’으로 인한 사망이 12건에서 2011년 22건으로 증가해 전체 모성사망 원인의 27.2%를 차지했으며 직접 모성사망 중에서는 약 40%를 차지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양수색전증의 발생이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고령산모의 증가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양수색전증의 발생은 전 임신 기간에 생길 수 있으나, 약 70%에서 질식분만 중에 발생하며 이외에도 제왕절개 중, 질식분만 후, 임신중절시술, 자연유산, 양수검사 후에도 생길 수 있다.

 

양수색전증 발생 시 모성사망률은 61-86%로 매우 높고 양수색전증 발생 후 생존한 산모 중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지 않는 경우는 단 15%에 불과하며 양수색전증이 분만 전에 발생한 경우에는 주산기 사망률이 매우 높다.

 

양수색전증의 발생기전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과거에는 양수색전증의 원인으로 양수와 그 내용물이 산모의 정맥으로 들어가 폐순환을 방해함으로써 폐색전증과 같은 저산소혈증이 발생하고 이차적으로 응고장애와 좌심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양수색전증 산모에서 과민증(anaphylaxis)과 연관된 혈청 트립타제와 뇨 히스타민이 증가하는 소견이 관찰돼 이제 양수색전증의 병태생리는 양수 및 그 내용물이 모체 순환계로 들어갔을 때 일부 산모에게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과민반응으로 이해돼 임신과민반응증후군(anaphylactoid syndrome of pregnancy)로 불리운다.

 

양수색전증 발생의 위험인자로는 35세 이상 산모, 제왕절개분만, 흡입 분만, 전치태반 및 태반조기박리, 임신중독증, 양수과다증, 자궁경부열상, 자궁파열, 태아곤란증 등이 있다. 이 중 태아곤란증과 수술적 분만의 경우는 양수색전증의 위험인자라기 보다는 분만 전 발생한 양수색전증으로 인해 태아곤란증이 이차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수색전증의 증상 및 진단으로는 진통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산모에게 호흡곤란, 기침, 저산소혈증, 저혈압, 경련, 의식상태 변화 및 응고장애 및 갑작스런 태아서맥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한다. 양수색전증의 초기 증상으로 경기발작이 나타나는 경우가 30%이고 태아서맥이 초기 증상인 경우도 17%에 달한다.

 

46례의 양수색전증을 분석한 미국 연구에 의하면 양수색전증의 반 수에서 초기 증상의 5분 이내에 심장마비 및 심장부정맥의 소견이 발생했고 약 3분의 2에서 초기 임상 증상이 발생한 5시간 이내에 사망해 양수색전증이 얼마나 급격하게 발생하는 산과적 응급 상황임을 보여준다.

 

또한 응고장애는 양수색전증의 흔한 증상으로 83%에서 발견되는데 양수색전증의 반 수 이상에서 초기 증상이 발현된 지 4시간 이내에 응고장애가 발생한다.

 

양수색전증의 진단은 부검을 통해 산모의 폐혈관에 양수 및 태아기원의 편평세포나 조직들이 발견되는 소견으로 진단될 수 있겠으나 갑작스런 모성사망에 대해 부검을 기피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양수색전증을 확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양수색전증 환자 부검시 모두에서 태아기원의 세포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양수색전증의 진단은 현재 병리 소견보단 특징적인 임상 및 검사 소견에 근거해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에서 양수색전증 등록 사업을 위해서 이용되는 진단기준으로는 1) 갑작스런 저혈압과 심장 마비 증상 2) 호흡곤란, 청색증, 호흡부전등의 급성 저산소증 3) 응고장애 또는 달리 설명되지 않는 심한 출혈이 있으면서 4) 이 모든 증상들이 진통, 제왕절개수술 및 소파수술 중 발생하거나 또는 분만 후 30분 이내에 원인불명으로 발생한 경우가 적용되고 있다.

 

결론

 

양수색전증의 정확한 발생 기전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과거에는 양수에 의한 색전이 원인이라고 생각됐으나 최근 연구 결과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과민반응 및 일종의 면역반응으로 이해되고 있다.

 

현재로써는 양수색전증을 이를 미리 예측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이고 또한 증상이 급성으로 발생하므로 산모 및 가족에게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임과 동시에 의료진에게도 가장 대표적인 러시안 룰렛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양수색전증의 치료는 산모의 혈압, 산소포화도, 심박출량을 유지하면서 응고장애를 교정하는 지지요법이다. 앞으로 양수색전증의 발생기전에 대한 더 많은 의학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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