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도입 1년 결산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2013.01.20 18:16 댓글쓰기

헬리콥터에 대하여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최첨단’과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가진다. 하지만, 날개의 회전으로 양력을 얻는 이 ‘탈 것’은 비싸고, 시끄럽고, 탑승감도 나쁘고, 객실도 좁고, 바람에 민감하고, 관리하기도 힘들고, 뜨고 내리는 절차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면적의 이착륙장만 있으면 빠른 속도로 길이 없는 곳을 오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응급환자의 이송에 체계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응급의료기금으로 시도 소방본부의 구급헬기 구입을 지원하여 왔으나,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의료장비가 부족하고, 반응시간(response time)이 길며,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됨에 따라 실제 응급환자 이송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송실적도 저조하여 2009년 26대의 소방헬기가 이송한 응급환자의 수는 359명에 불과하였다.


2009년 보건복지부는 공동운용체계를 만들어 정부 여러 부처가 각각 운용하고 있는 헬기를 응급환자 이송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였고 2010년에는 응급환자 이송만을 목적으로 하는 헬기도입을 계획하게 되었다. 항공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사업을 개척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항공기 특성, 운항관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사항 등 낯선 지식을 알아야 했고, 항공법규는 거의 백과사전의 분량이었다.

 

또한, 항공분야의 지식이 없는 병원과 의료분야의 지식이 없는 헬기사업자 간 인식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 선행사업인 일본의 ‘닥터헬리’를 비롯, 여러 국가의 HEMS(Helicopter EMS)를 검토한 이후 사업계획이 수립되었고,  2011년에 공식 명칭이 「응급의료전용헬기」인 닥터헬기가 도입되게 되었다.


닥터헬기는 ‘환자를 응급실에 데려오는(Patient to ER)’ 기존 이송의 개념을 ‘응급실을 환자에게 가져가는(ER to Patient)'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것이다. 기본적인 응급처치 장비와 약물은 물론, 초음파, 혈액검사 및 흉관삽관과 같은 고도의 검사․처치를 실시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하고, 응급의학전문의와 간호사(또는 응급구조사)가 탑승하여 현장에서부터 전문적인 응급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복잡한 출동절차를 줄여 신고 즉시 이륙 준비가 이루어지도록 ‘선출동 후보고 체계’를 도입하였다.


인천과 전남 두 지역에서 운용되어온 닥터헬기는 지난 1년(작년 9.23~금년 9.22) 동안 333회, 335명의 응급환자를 이송하였다. 한 대당 이틀에 한 명 꼴로 이송한 것이다. 평균이륙시간은 8분이며, 도서지역 응급환자에 대한 치료개시시간은 평균 20분 정도로 이는 해상이송에 비해 평균 82분을 단축한 것이다.


사례분석에 의하면 전체 이송환자의 70%는 닥터헬기가 없었다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였으며, 타 이송수단에 비해 100명 당 4.4명을 더 생존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닥터헬기가 이송 가격이 비싸기는 해도 응급환자 이송과 치료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내년부터는 강원도와 경상북도에도 닥터헬기 운항이 시작되고, 기존의 도서지역보다 기반 인구가 많아 항공이송 수요도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그간 닥터헬기 운항을 주관하면서 축적한 경험은 향후 우리 의료원이 국가중앙외상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제는 비단 한두 대의 헬기로 응급환자를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것을 넘어서, 전국적인 항공이송망을 운용하는 거점이 될 미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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