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새 집행부에 바란다'
김성진 회장(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2013.01.13 20:00 댓글쓰기

2013 계사년 조찬휘 신임 집행부의 출범을 축하 한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 대한약사회 회장 선거 결과는 신임 집행부의 장점만이 아닌 과거 집행부의 민심과 먼 회무 때문이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이는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지 못 하거나, 그럴 능력이 없는 집행부는 언제든지 퇴출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신임 집행부가 이런 회원들의 민심을 안다면, 앞으로의 정책 기조를 어디에 둬야 할 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김구 회장 집행부는 2011년을 겪으면서 말과 행동이 달라 회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결과론적으로 과거 집행부의 결정이 미래에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을 지 최악이었을 지는 다시 판단을 해봐야겠지만, 회원들은 당시 집행부가 회원들의 뜻을 대표해주길 바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과거 집행부가 모든 회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 안전사용에 대한 강사 약사 육성, 부작용 보고 체계 기반 마련 등 약사의 역할 증대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 신임 집행부는 과거 집행부가 잘했던 점을 이어가고, 잘못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 3년은 지난 3년 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 집행부보다 무조건 잘할 것이라는 기대만을 하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은 교체되지 않았다. 이는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거나 앞으로 조금 더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는 국민들을 포함해 의사와 약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중 약사들은 ‘일반인 약국 개설’이 큰 이슈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 일반인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면허대여가 합법화되는 것이고 의사와 건물주인의 약국 개설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초래 할 것이다.

 

의사 또는 약사에게 독점 개설권을 주는 것은 경영으로 인해 환자 돌봄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의원과 약국에 민영화 개념이 도입되면, 환자의 건강보다 이익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일반인의 약국 개설을 저지함은 물론, 약국법인 또한 이런 취지에서 일반인의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민영화는 미국의 경우를 보듯이, 대기업만 배 불리며 가난한 서민들은 건강 조차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것이다.

 

둘째로 의사들이 줄곧 외쳤던 의약분업 재평가다. 박근혜 당선자 공약에도 들어 있는 사항인데, 의약분업 재평가는 선택분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최소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원내약국 개설 위험성이 있다.

선택분업은 약사가 의사에게 종속될 수 있으며, 종속의 가속화를 통해 약사가 의사 처방을 검토하고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셋째로 총액계약제다.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총액계약제를 추진할 것이고 약사회는 총액계약제 내 의약품 포함 여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총액계약제는 약사에게 지불되는 금액 중 의사가 결정하는 의약품 부분을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 총액계약제 중 의약품이 포함되면 이 또한 약사의 결정권을 의사가 좌우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넷째로 수가지불제도 개편이다. 역시 정부는 건강보험 비용 절감을 위해 참조가격제의 실시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약사회의 현명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 참조가격제를 원활하게 실시하기 위해서는 생동성 시험의 신뢰 회복과 대체조제의 간소화가 반드시 필요 할 것이다.

 

다섯째는 조제방식의 변화다.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시민단체의 조제실 개방 요구 및 조제 환경의 비위생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약국 내 조제실의 변화 요구에 우수약국인증제도 도입, 성인의 경우 PTP 투약 확대, 유소아 처방의약품의 완제품 투약을 위한 의약품의 포장단위 다양화 등 약사의 맨손 조제 및 환자의 환불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약사 역할에 있어 중요성은 더 이상 의약품 배합에 있지 않고,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복약지도로 그 중심이 바뀌어야 한다.

 

위와 같이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약사회 집행부의 인적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협상과 설득을 진행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회원들과의 소통과 논리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행부의 인선 작업은 비밀리에 붙여지고 있지만,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들을 보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최소 대한약사회 임원이 되려면 카운터(무자격자)를 고용한 적이 없는 직업윤리가 수반돼야 하며, 과거 회무에 무능력했던 사람을 인선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악재에 현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키 위해서는 인사가 만사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잠재적 능력을 가진 신인 인재들을 많이 등용해 향후 3년의 항해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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