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골프 천국 프랑스
sbs 보도국 조정 차장
2012.04.16 09:13 댓글쓰기

바야흐로 골프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비집고 푸른 잔디가 회생하기 시작했다. 특별소비세를 폐지해 달라는 골프장협회의 호소가 들리고, 올해 꼭 싱글골퍼가 되고야 말겠다는 아마추어 고수들의 힘찬 발걸음이 눈에 띈다. 10만원대 그린피로 즐길 수 있는 저가 골프장이 등장하고 부킹 전쟁도 예전만 같지 않으니 이제 골프는 한번 도전해볼 만한 운동이 된 것 같다.
필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골프마니아라면 세계의 명문 골프장에 한번 발을 디뎌보는 꿈을 꾸게 된다. 페블비치같이 이름 난 골프장들은 미국에 많이 있다. 물론 PGA의 본거지인 미국에 훌륭한 골프장이 많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조금 눈을 돌려보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숨은 진주같은 골프장들을 여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내가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프랑스의 골프 라이프를 소개해 본다.
와인과 예술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인내를 요구하는 골프는 잘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다. 유럽 대륙의 광활한 땅을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골프장, 프로선수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999년 브리티시오픈 최종일 마지막 18번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해 우승을 날려버린 장 방 드 벨드 정도가 기억에 남는 프랑스인 골프 스타다. 이런 프랑스이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골프장들은 골퍼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파리 근교 일드프랑스(ILE DE FRANCE, ‘프랑스의 섬’이라는 뜻으로 우리의 수도권 개념)에는 50여개의 대중 골프장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 일부는 과거 지역 영주들의 영토를 개간해 만들었다. 프랑스에는 베르사이유같은 거대한 샤또(성)들도 있지만 지방 귀족들이 살던 작은 성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니까 영주가 살던 작은 샤또는 클럽하우스가 되고 그들의 사냥터는 골프 코스로 변신한 것이다.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마을의 사랑방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다. 그 지역 특유의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클럽하우스 안에 있고, 골프 치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든 즐겨 찾는다. 마을 노인들의 친목회가 열리기도 하고 근처 학교 골프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로 북적이기도 한다. 멋진 풍경과 음식이 있으니 골프장은 결혼식장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라운딩 준비하며 새 출발하는 신랑, 신부들을 지켜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싼값에 골프를 칠 수도 있다.
주재원이나교민들의 경우 1년내내 골프장 4곳 정도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300여만원짜리 회원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자들은 골프샵에서 파는 할인 쿠폰으로 4~5만원에 라운딩을 할 수 있다. 파리지앵들이 도시를 떠나는 7,8월에는 대부분 골프장들이 특가 세일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1회 그린피에도 못 미치는 100유로, 우리 돈 16만원짜리 이용권을 사면 한달 동안 마음껏 공을 칠 수 있는 곳도 적지 않으니 실로 골프 천국이 아닌가?
미남 배우 알랭들롱이 즐겨 찾았으며 고깔 모양의 동화같은 성이 클럽하우스인 셀리,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가까운 아프레몽, 영국-프랑스 백년전쟁의 영웅 잔다르크가 머물렀다는 성곽이 남아있는 베트몽, 흑백영화 미녀와 야수의 무대였던 샤또 라레…
하나같이 한국인들이 많이 찾고, 훌륭한 코스와 정갈한 음식,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골프장들이다. 파리의 동서남북에 퍼져 있는 이런 골프장 주변에는 눈부신 관광 명소가 수두룩하다.
모네의 수련으로 이름난 지베르니, 나폴레옹이 제일 좋아했다는 퐁텐블로성, 반 고흐가 살았던 오베르쉬르우아즈, 화가의 마을 바르비종 등 보석같은 관광지들이 골프장과 불과 2,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사실 패키지 여행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나만의 여행계획을 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색적인 라운딩과 함께 고색창연한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는 프랑스 여행은 그 노력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확신한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한번 둘러본 경험이 있고 두 번째 프랑스를 찾는 여행객들, 여행 중에 골프를 아울러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유서 깊은 골프장을 둘러보고 그 마을의 프랑스인들을 직접 만나 보는 것은 보기좋게 꾸며진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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