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시작된 의료 정책을 보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2012.04.06 15:55 댓글쓰기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선택의원제와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오는 4월 8일부터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 등 긴급 의료현안에 대한 반대 기류가 구체화 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선택의원제며 주치의제와 총액계약제로 가는 전단계이기 때문에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노환규 당선자의 첫 행보가 될 4월 8일 시 도, 시군구회장단회의 긴급 소집을 계기로 의료계가 단합해 정부정책을 저지할 수 있을까? 이는 향후 의료계의 정부정책 대응방향을 결정하는데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4월 1일부터 의원급 만성질환제의 실시로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이 자주 가는 동네의원에서 지속적 진료 의사 표명 시 진찰료의 본인부담을 30%에서 20%로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도 질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기능재정립은 일차 의료 활성화를 촉진해 국민들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게 한다는데 근간을 둬야 한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선택의원제를 수정한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건강보험가입자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하고 있으나 의료계마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효과는 미지수가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의 동네의원 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위해 가입자 단체와 전문가 단체,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정책평가기구를 만들고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는 동네의원에 대해서는 P4P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가입자단체, 의료계, 전문가, 정부가 참여하는 정책평가기구를 구성할 것"이라며 "평가기구는 분기별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개원가에서는 선택의원제 참여를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 전면 거부 선언에 대한 지시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청구 코드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개인 정보 보호법도 의료기관에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개인정보의 “수집”이란 정보주체로부터 직접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제공받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주체에 관한 모든 형태의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것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은 자칫 잘못하면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팽배해 있다. 

 

위반 행위의 횟수에 따른 과태료 부과 기준은 최근 3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법 15조 2항의 개인 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 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 어느 하나의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이 조항 하나만 위반해도 1회 위반 시 600만원, 2회 위반 시 1200만원, 3회 위반 시 2400만원이 된다. 이와 같은 과태료 규정이 20여 항목이 넘고 과태료가 최소 200만원에서 최고 2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또 2012년 4월 8일 전면 시행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의료계가 다시 한 번 강력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문제점이 개선되기 전까지 조정중재원 구성은 물론 조정절차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비롯한 22개 전문과목별 개원의사회는 4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강행하는 의료분쟁조정법 및 시행령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며 "정부가 제도의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는 한 조정중재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과 하부 시행령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원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의사와 환자 사이의 불신을 조장해 의료분쟁을 양산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범법자 취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모든 의료분쟁조정사건에 검사가 의무적으로 개입하고 진료 중 수시로 의사를 소환하거나 병원 현지조사를 제한 없이 실시토록 함으로써 앞으로 의사가 안정적인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의사의 진료위축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권마저 심각히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원의협의회 등은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법의 잘못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효율적이고 법리에 맞는 합리적인 의료분쟁조정법 및 시행령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으나 정부는 철저히 의료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문제가 제기된 모든 독소조항을 그대로 강행키로 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정부 측에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정부가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재원의 30%를 의료계가 부담토록 결정한 사실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산부인과의 경우 분만 시스템 붕괴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여성의 출산 권마저 심각히 위협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대책은 커녕 오히려 분만관련 무과실 사건에 대해 보상액의 30%를 부담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과실 책임원칙의 일반적 법리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산부인과의사 기피현상의 가속화와 그나마 남아 있는 분만실 폐쇄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원의협의회 등은 "정부가 의료분쟁조정법과 하위법령안의 문제점을 전향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절대 조정중재원 구성에 참여할 수 없으며 의료분쟁 조정절차에도 응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정부의 막무가내식의 일방적인 제도 추진을 예의주시하면서 전체 회원 불참운동 전개와 헌법소원 등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의료계는 향후 정부의 막무가내식의 일방적인 제도 추진을 예의주시하면서 전체 회원 의료중재 불참운동 전개와 헌법소원 등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의료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정책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고 그로 인해 소중한 국가 재원이 갈등 해소 비용으로 낭비 되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상실될 것을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깨닫게 될 때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기자 (webmaster@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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