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눈에 비친 아프가니스탄 보건의료'
2012.03.06 12:08 댓글쓰기

장갑차 앞에 선 필자(밖에 나갈 때는 이런 장갑차가 4~5대 함께 동행)
성익제 전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 

 

 

정부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지방재건지원단'을 파견하고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방재건지원단'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파견돼 아프간 지원사업의 타당성 검토 및 사업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있는 바, 이는 미국의 'USAID'나 일본의 'JICA'에 비해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한국의 'KOICA'가 적은 예산으로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지원단에 2010년 7월부터 1년간 보건의료자문관으로 참여하여 아프가니스탄 파르완주의 보건의료현황을 조사하고 한국이 해야 할 보건의료지원사업 계획을 입안, 양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본 칼럼은 필자가 아프가니스탄 의료제도 및 보건의료현황 등에 대해 보고 느낀 점을 간략하게 기술한 것으로 개발도상국 보건의료지원에 관심을 가진 분들과 향후 우리나라 의료정책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본 칼럼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사회 경제적 현황과 보건의료제도, 보건의료시스템,  의료보장과 재원조달체계, 아프가니스탄의 보건의료 현황과 문제점, 아프가니스탄 보건의료 개발모형과 사업방향, 의료보험제도 필요성과 도입방안 등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필자는 70년대 중반 상장기업 증권분석업무에 종사하다가 80년대 초 KPC로 옮겨 원가계산 및 기업경영진단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서울대병원연구소, 한국의료관리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의료제도 및 병원관리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였고,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초대 행정처장을 맡아 병원개원과 행정시스템 구축에 기여하였다. 또한 대한병원협회 기획실장 및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다가 2010년 6월 정년퇴임하고 2010년 7월부터 1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보건의료자문관으로 종사한 바 있다.


1. 아프가니스탄의 사회경제적 현황과 보건의료제도

아프가니스탄은 1989년 소련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였으나 빈 라덴 등 테러분자들을 비호하고 국민들을 억압함으로써 미국 및 서방국가들과 대립하다가 2001년 미국 및 NATO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물러나고 현재의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면적은 652,000km²로 한반도의 3배(남한의 6배)에 달하고, 인구는 2009년 현재 25.9백만 명으로 남한인구의 약 절반 정도이다. 이중 77%는 시골에 거주하고 나머지는 도시에 거주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족간 갈등이 심하다. 종족별 인구 구성은 파슈툰족 42%, 타지크족 27%, 하자르족 9%, 우즈벡족 9%이며, 현 정부와 대립관계에 있는 탈레반은 대부분 파슈툰족으로 이란 및 파키스탄과 같은 종족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있으며, 수니파 85%, 시아파 15%로 구성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국민 1인당 GDP는 2008년 현재 655$로 우리나라의 7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8.4%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 많은 부분을 외국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랜 전쟁 때문에 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해 2008년 현재 실업률은 38%로 보고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기후는 매우 건조하며, 여름에는 낮 기온이 섭시 40도를 웃돌고 겨울에는 영하 5~10도까지 내려간다. 강수량이 부족하여 산과 들은 메마르고 대부분의 토지는 사막화 되어 있으나 다행히 북부지역은 해발 6천미터 이상의 산악지역으로 일년 내내 눈 녹은 물이 흘러 몇 개의 강을 이룬다. 이 강을 따라 농작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면적은 전국토의 6%에 불과하여 식량 자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모래바람이 많이 불어 호흡기 질환과 눈 점막염증 및 알레르기가 심하며, 위생상태가 불량하여 세균성 설사병, 장염, 위염 등이 많이 발생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보건수준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모성사망률은 10만 출산건당 1,600명이며, 영아사망률과 생후 5년 이내 사망률도 각각 115/1,000 및 172/1,00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WHO Health System Profile, 2006). 

 

아프가니스탄의 의료제도는 국가의료제도(National Health Service System)로 모든 국민들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여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거의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공공의료기관에서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는 있으나 주사 및 투약, 검사, 수술 등의 진료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2009년 현재 의료인력 현황을 보면 의사는 인구 10,000명당 2.1명, 치과의사 0.3명, 약사 0.3명, 간호사 및 조산사 5.0명 등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는 유사국가들과 비교해서 매우 적은 수준이며, 특히 의사인력은 유사국가들에 비해 1/3 ~ 1/4에 불과한 수준이다. 병상수도 인구 10,000명당 4.2병상으로 유사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며, 특히 지역별 격차가 심해 산간오지에서는 의료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공의료서비스(낮은 수준의 서비스이지만)의 혜택을 받는 국민은 2009년 현재 전 인구의 80%에 달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주민이 공공의료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있으나, 시골지역에서는 많은 주민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의 지원에 따라 예방접종 비율은 현저히 개선되어 BCG 접종률은 2008년 현재 90%, DPT 접종률은 89%, OPV 접종률은 89%, 홍역 접종률은 84%, HBV3는 89%로 보고되고 있다(WHO Country Profiles, 2010). 가임여성의 피임률은 2008년 현재 23%에 불과하며, 산전관리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76%, 분만 시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는 비율은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높은 모성사망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

 

 GDP 대비 보건의료비 비율은 2008년 현재 7.5%이며, 이중 정부 부담액은 22.1%에 불과하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의료제도가 NHS(국가의료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예산 부족으로 실제로는 대부분의 의료비를 민간이 부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1인당 연간 보건의료비 지출액은 2008년 현재 48$에 불과하다(WHO Country Profiles, 2010).

 


성익제 전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 기자 (ijsung48@naver.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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