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가
2009.02.23 00:13 댓글쓰기
1991년도부터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의 하나는 바로 2007년도에 JCI인증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우리는 다시 국제적인 의료기관으로서 합당한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인프라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세브란스병원이 글로벌 세브란스로 거듭나고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데 힘들지만 꼭 지나가야 하는 여정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task force team이 만들어지고 본인이 그 팀장을 맡게 되었다. 초심의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해외 환자를 유치해야 하는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고심하는 동시에 그동안 해외환자를 진료하면서 잘 된 점은 물론 부족한 점까지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를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기 때문에 국내환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국내환자도 많은데 왜 우리가 고생하면서 외국인 환자들을 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럼 외국인 환자는 왜 봐야 하는가, 왜 해외환자를 유치해야 하는가 생각해보자.

첫 째, 세브란스병원의 역사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의 시작은 외국인 선교사 알렌에 의해 시작되었고, 에비슨이 계승 발전시켰다. 한국전쟁 이후 미 8군의 도움으로 제중원 건물을 첫 중앙난방식 병원을 보수하기도 했다. 따라서 세브란스병원은 과거에 도움을 받았던 외국인들에게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역사적인 명분이 있다.

둘 째, 해외 환자 유치는 병원의 수익다변화 및 수익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인 진료 시 받는 수가가 일반 보험수가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기독의료기관에서 수익, 즉 돈을 너무 언급하는 것은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무한 경쟁시대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셋 째, 이제 막 전문 의료인의 길에 접어든 인턴 및 레지던트들이 외국인 환자를 일찍 대해보고 접해봄으로써 “아~ 외국인환자라고 특별히 어려워할 필요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일찍 접해 봄으로써 영어에 대한 장벽도 무너트려야 하며, 이는 향후 외국에 나가서 학문을 더 닦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적 사명이 있다. 외국인들이 타국에서 살다가 어려움이 있을 때,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마음이 더 아프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에 기독교 정신이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픈 이들을 더욱 챙겨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기독교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에도 나그네를 섬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위에 언급한 것에 대해 세브란스 가족이라면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제진료소의 소장으로서 먼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외국인 환자를 돌봐준 세브란스의 모든 분들이다. 국제진료소에 외국인 환자가 오면 그 중 절반 정도는 국제진료소에서 보고 나머지 환자는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다른 진료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국제 진료소는 지금처럼 원활하게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여러분들의 도움 덕분에 현재 국제진료소는 명실 공히 국내에서 최대의 외국인 환자를 보고, 최고의 Quality 를 가진 진료소로 발전해 왔음을 고백하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때로는 외국인 환자들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몇 일 전 응급실에 외국인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주위사람들은 동물원의 원숭이 쳐다보듯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봐서 억울하다고 나에게 하소연 하였다.

어쩌면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주어야 한다. 외국인으로부터 한 가지 더 들은 이야기가 있다. 진료를 받는데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간호사들로부터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때로 언어 소통이 어렵더라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의 심정으로 다가가서 한 마디라도 건네고 도움의 손길을 베풀 때 환자들은 우리의 진심을 느끼고 고마워 할 것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진심과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면 외국인들은 세브란스병원에 대해 더욱 깊은 인상을 갖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 통계를 보니 방콕의 범룽랏병원은 작년 약 35만 명, 싱가포르의 래플즈병원은 약 40만의 해외환자 유치를 했고, 이를 통해 조 단위의 외화를 벌었다고 했다. 방콕, 싱가포르의 성공을 보면서 결국 해외환자 유치의 답은 서비스 개선과 적극적인 홍보에 있다. 국내 의사들은 많은 진료 건수로 인해 환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힘들고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등 전반적인 의료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이제 글로벌 세브란스로 가는 길목에서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도움과 보다 열린 마음으로 외국인 환자들을 돌보아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 해외 환자 유치 이전에 현재 우리를 찾고 있는 외국인 환자들부터 정성을 다해 섬기는 세브란스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기자 (esj1147@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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