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질병은 진화론의 영향 속에 있는가?
2009.02.11 21:57 댓글쓰기
1809년 2월 12일은 챨스 다윈이 태어난 날이다. 올해 2009년 2월 12일은 그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고,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종의 기원’이 출판된 지 15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 내내 전 세계적으로 그에 대한 연구와 기념식이 활발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自然選擇)’이다. 자연선택은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이 생존에 비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서 이익을 본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에서 확실한 금메달 밭은 누가 뭐라 해도 양궁임에 틀림이 없다. 온 국민의 자랑이며 자부심이기도 하다. 어쩌다 아쉽게 올림픽경기에서 은메달이라도 따면 너무나도 아쉬워 며칠간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국민들도 많다. 금메달을 따면 당연한 것이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면 상대국 관중의 매너가 어떻다느니, 새로운 규정이 일부러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었느니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우리가 양궁을 잘 하는 것은 고대 중국인들도 인정하듯이 우리나라를 예로부터 활 잘 쏘는 나라 즉 동이(東夷)라고 불렀던 것을 보아도 짐작이 간다. 그리고 고구려 벽화를 보면 말을 탄 무사가 몸을 완전히 뒤로 돌린 채로 화살을 당기는 그림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활 잘 쏘는 유전자’라는 것이 있어 자손대대로 유전된 것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런 유전자가 규명되어 발표된 적은 없으니 추측만 할뿐 증거는 없는 셈이다.

양궁 말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반도체 기술이다. 요즘은 주춤하지만 유전자 복제기술도 대단히 각광을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하나의 예로 우리나라에 도입 된지 얼마 안 되는 로봇 수술의 경우도 우리나라 의사들의 실력이 대단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희대학병원에도 최근 로봇 수술 장비가 들어왔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외과 의사들이 새로운 수술법을 습득하기 위해 앞 다투어 미국을 다녀오기도 하고 모의수술도 하느라고 바쁘게 돌아다니곤 하였다. 그러더니 어느 날인가 부터는 이미 신기술을 숙지하여 신속하고 안전하게 로봇 수술을 척척 끝내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세 분야 모두 정교한 손놀림이 관건이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우리 국민은 어릴 때부터 젓가락 특히 나무젓가락뿐만 아니라 쇠 젓가락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서양인들 눈에는 거의 서커스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릴 때부터의 훈련이 좋은 결실을 맺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손놀림 유전자’라는 것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러한 좋은 형질을 획득해서 자손에게까지 전해주는 유전자가 만들어 지는 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는가? 자연은 가진 게 시간뿐이다 라고 할 만큼 실로 무한정의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은 기껏 백년안팎의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유전자의 변화와 진화론 사이에는 현실적인 괴리가 있다.

반면, 근래 20년 동안에 한국인에게 증가한 질병을 보면 진화보다는 환경적인 영향이 지대한 것 같다. 필자는 소화기내과 전문의이므로 타과 영역의 질환은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소화기 질환을 예를 들면 필자가 전공의 시절에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크론 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흔하게 접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대장암과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나날이 증가추세에 있다. 이는 우리의 전통 음식이 서구의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으로 바뀐 것에 기인한다. 정말로 신기한 것은 이런 급격한 환경적 변화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이 그대로 질병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이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해석하면 급격한 환경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쓰러지지만 여기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새로운 방어형질을 획득하게 되며, 이러한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는 자손에게 넘겨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한대로 시간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진화는 아마도 몇 만 년 혹은 몇 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므로 인류가 멸망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결론은 다윈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질병의 위협 속에서 우리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 의식주에 관련된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우주 생태계에 대하여 인간 중심의 이기심을 버리고 더 폭 넓은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나의 건강과 나의 자손을 위한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장영운 경희대 부속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기자 (gold@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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