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 '강소(强小) 핵의학과' 꿈꾸며'
민정준 화순전남대병원 교수
2016.02.22 05:00 댓글쓰기

병원 핵의학과에 입국한 지도 어언 20년이 됐다. 전공의 1년차로 입국했을 때, 당시에는 어느 부서나 마찬가지였지만 핵의학과의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교수님의 판독이 끝나면 판독내용을 출력해 각 과에 보내줄 때, 판독용지 잡아먹는 도트프린터와 씨름하는 것이 일상사였다.

전공의의 그 귀중한 시간을 프린터 고치는데 허비하며 한숨 쉬곤 했다. 그래도 죽자살자 일해서 1년차에 핵의학회, 순환기학회 등의국내학술지에 논문을 여섯편이나 썼다. 이 논문들이 출간될 때 처음 논문발표의 희열을 느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는 4년간을 서울대병원과 미국 UCLA, 스탠퍼드대학 등지에서 일했다. 이들 대학과 병원에는 이미 훌륭한 진료, 연구,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2004년에는 화순병원이 개원하고 PET, 사이클로트론, 광학영상장치 등 첨단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년동안 본원과 화순병원의 핵의학과는 진료, 교육, 연구 분야의 세계적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 무척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진료의 인프라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기 위해 PET-CT, SPECT-CT, 방사면역측정기 등 진료장비를 현대화하고, 국내 최대규모의 동위원소치료실을 확보했다.

사이클로트론의 이용효율을 올리기 위해 화학합성장치들을 도입했고, 병원의 예산지원이 되지 않을 경우는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싼 값에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그 노력으로 국내 병원 중 암과 심장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PET진료를 해왔고, 최근에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는 새로운 PET검사를 도입해 세계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연구분야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연구비를 수주하고, 여러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해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춘 분자영상연구팀을 육성했다. 병원의 지원으로 광학 영상장비와 소동물 PET시스템을 설치했고, 미국 하버드대학으로부터 수술용 광학영상장비를 기증받았으며, 기업으로부터 최첨단 분자영상기기인 '광-음향영상장치'를 무상임대함으로써, 국내 어디에 견줘봐도 뒤지지 않을 소동물 영상연구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러한 결과로, 지난 2014년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분자영상학회'에서는 국내 1위, 세계 2위의 발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작지만 강한 '강소 핵의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주어진 여건에서 다른 어떤 경쟁그룹도 갖추지 못한 자기만의 특색과 힘을 갖추는 것을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다.

 
지난 10년~20년간의 눈부신 발전은 의국/교실원, 직원, 연구팀이 혼연일체가 돼서 노력한 결과이고 그 결과에 자부심을 느낄만 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우리가 진정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는가?' 자문해 본다. 연구소의 연구력은 아직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학계 선두그룹에 들어갈 것이다. 임상연구는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 많이 미흡하다 할 수 있다. 진료의 경우 해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립선암 또는 내분비암 검사 및 치료를 국내에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방사성 의약품 생산시설의 GMP화가 의무화 되지만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고, 국내의 거의 대부분 대학병원이 교수급으로 채용하고 있는 방사화학분야의 전문인력도없는 상태이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자만하고 게으름을 피운다면 바로 3류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위험요소들이다.

 
기회요인은 있다. 최근 핵의학과는 범희승 교수의 노력으로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일본 오사카대, 중국 교통대, 호주 멜버른대 등과 함께 'IAEA 핵의학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았다. 또한 대형 국책연구 프로젝트인 '미래유망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단'을 유치해 대형융합연구의 허브를 구축했고, '의료방사선 안전센터'로 지정돼 우리나라 방사선 안전관리의 핵심기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을 제주도에서 개최된 아시아·오세아니아 핵의학회에서 기초부문 젊은연구자상, 임상부문 젊은연구자상, 후지필름학술상, 핵의학 학술상 등 굵직한 학술상을 휩쓸어 버렸다. 이 활력이 저력이 되어 우리의 미래를 밝혀 주리라 믿는다.

 
지금 핵의학 신기술은 거의 대부분 해외 연구자들 산물이고 새로운 영상기술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서울 빅 4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가까운 시일 내 본원에 사이클로트론이 설치돼 양 병원 GMP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세계의 선진기술은 물론 우리 연구진들이 개발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임상시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병원의 역량으로 만들어 낸 핵의학기술이 전세계 의료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때 비로소 우리가 세계 최강의 강소 핵의학과라고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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