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삶의 종착역에 다가가기 위해서
김시영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장(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2016.03.06 20:18 댓글쓰기

작년 메르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돌보게 된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생각난다. 환자는 폐암 4기로 진단 받고 표적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메르스로 인해 치료 받던 병원을 방문할 수 없게 되자 경희대병원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환자의 증세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입원 후 검사에서 폐암은 조금씩 진행됐고, 폐렴이 동반된 상태였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새로운 항암치료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됐다.


어느 날 갑자기 환자의 호흡이 나빠졌다. 의료진은 가족들에게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환자 상태변화에 당황한 환자가족 중 한분이 인공호흡기치료를 요구했고 의료진은 중환자실로 환자를 이전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1개월 후, 환자는 임종하게 됐다. 


중환자실의 1개월 동안 가족들은 수차례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으나, 의료진은 이 요구에 응할 수가 없었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6년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에 의하면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진 판단 하에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상기사례의 경우, 과거 연세대학병원 김할머니 사례와 유사하다. 만일 이번에 관련법 제정이 없었다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자문형호스피스 등 다각적 개선방안 모색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정부와 민간의료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환자의 약 13% (2014년 자료)만 서비스를 제공받았고, 암환자의 약 89%(2013년 자료)는 일반 병동에서 사망하고 있다.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 기관수의 부족 그리고 전문인력의 부족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상당수는 포기와 절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등 거부감을 갖고 있다.


결국, 환자가 암 진단의 초기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도움을 받아서 남아있는 여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자문형호스피스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자문형호스피스제도에 대한 시범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학회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제도의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일반적인 의료와는 달리 팀을 구성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영적돌봄제공자), 자원 봉사자로 이뤄진다. 일반 의료보다 투입 시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요하는 의료서비스라는 뜻이다.


특히 환자의 사망 이후 사별가족을 위한 돌봄 서비스도 포함돼 의료서비스의 제공기간도 일반질환의 급성기 치료보다 상당히 길다. 민간의료기관들이 지정기관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설비 투자 부담과 함께 기존의 의료 서비스보다 많은 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


반면에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려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움직임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근본적으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를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학회에서는 2015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 및 질 관리에 필요한 호스피스완화의료 교과서 집필을 준비 중이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법제화됨에 따라 요양병원을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서 질 관리의 중요성을 미룰 수는 없다. 때문에 일정 수준이상의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침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여전히 다각적 차원의 고민과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회는 이를 위한 정책제언 및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할 예정이다.


임종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종착역이다. 종착역이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고, 품위 있는 여정이 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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