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넘어야 할 장애물 다섯가지
김주한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정보의학교실)
2023.09.18 06:00 댓글쓰기

[특별기고] 생활수준 향상과 인구 고령화로 만성질한 의료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의 가용할 자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열명의 순사가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는 옛 속담처럼 환자 한명을 돌보는데 열명의 의료인으로도 부족한 현실이다.


유일한 해결방안은 환자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의료 패러다임 전환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권적 의료'는 현대 만성질환 관리에는 맞지 않다.


스마트폰은 24시간 환자 곁에 있으며 환자 건강 데이터와 맞춤형 인공지능을 365일 운영 가능한 최고 개인 비서이자 '의료 디지털 분신'이다.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 급성장···디지털 개인정보 등 기본권 확립 필요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실은 2010년 미래부 지원으로 헬스아바타 사업을 시작했다.


유럽연합 마이데이터 논의가 시작된 2011년보다 1년 정도 앞선 시도였다. GDPR과 함께 유럽연합은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 통제권 강화를 미국계 빅테크의 공습 대용 방안으로 활용했다.


한국은 유럽연합과 달리 마이데이터 접근에 있어 개인정보 3법 개정을 포함한 제도적 접근방법을 취해왔으며 2021년 본인신용 정보관리업을 신설해서 빠른 성취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급가속 중인 디지털화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나 정보 주체의 정보인권을 위한 인권적 기본권을 넘어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디지털 시민의 기본권 확립이 필요해졌다.


이제 전국민의 ‘디지털 기본권’을 보장할 때가 됐다.


저장, 연산, 연결의 ‘디지털 기본권’ 보장으로 웹 2.0 시대 독과점 빅테크의 소비자 클라이언트로 전락한 국민 신분을 웹 3.0 시대 탈중앙 P2P 서버 신분으로 승격시켜 대혁신을 이끌 시점인 것이다.


‘디지털 격차와 문해력’ 논의가 양반과 천민의 기득권 격차와 한문 서당 글공부처럼 계층별 능력과 개인별 성취의 격차를 강조한다면, ‘디지털 기본권’은 세종대왕 한글처럼 백성의 디지털 일상에 스며들어 만백성이 날마다 편히 익혀 디지털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참여사회를 강조한다.


전기가 없던 시절, 뇌에 저장하고 뇌로 연산하고 말로만 하소연하던 1.0 백성을 위해 세종대왕께서는 만백성이 담벼락에 글자를 쓰고 문장을 만들며 세상과 견고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인류 최초의 ‘디지털 기본권 2.0’을 창제하셨다.


이제 전기와 비트로 구성된 ‘디지털 기본권 3.0’을 창제할 때다.


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 과제···병원 간 상호운용성 확보 등 필요


성공적인 금융 마이데이터 다음의 최대의 활용처인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첫째는 복잡하고 병원마다 서로 다른 의료 마이데이터 사이 '상호운용성 확보'다. 단순한 용어표준화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미론적 메타데이터 서버 구축 및 지원을 통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는 신뢰 문제의 하나인 데이터 프라이버시 기술이다. 데이터는 한번 노출되면 온 인터넷에 다 퍼진 것과 같은 결과를 유발한다.


그러므로 단일 지점 공격에 매우 취약한,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겠다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가장 안전한 개인화 장비인 이유이다.


분산 시스템 적용, 현대 암호화 기술 및 블록체인과 가상화 기반 신뢰실행환경(Trusted Excution Enviroment) 기술 개발과 적용도 필요하다.


셋째는 합리적 보상체계 확립이다. 중개자인 플랫포머가 지배하는 의료는 빅브라더나 다름 아니다. 정보 주체인 환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넷째는 마이데이터 조합 구성이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현실'에서 복잡한 관리를 스스로 온전히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동병상련 환자 집단의 이익과 안전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를 보장하는 신뢰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서 의료 마이데이터 조합의 결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계약에 의한 탈중앙화자율조입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좋은 방안 중 하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신뢰할 수 있는 선량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다.


'빅브라더'가 어둠 속에서 실행하는 의료 인공지능으로는 결코 대중적 신뢰를 확보할 수 없고 시스템은 발전하지 못한 답보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스마트계약 등을 통한 투명한 신뢰 인공지능의 모든 개인 환자를 위한 선량한 대리인으로 활약, 발전해 가는 새로운 보건의료시스템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찬 발걸음을 응원한다.


한편, 광범위한 시스템 구축에서 투자 주체인 의료기관과 수혜자인 환자 사이 '역(易) 인센티브' 재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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