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질병에서 혈액점도 임상적 증거 확인
조영일 박사(미국 드렉셀대학교)
2023.08.24 15:46 댓글쓰기

[특별기고 6] '혈액점도(Blood viscosity)'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구글 스콜라(Scholar)에서 논문을 찾아보면 혈액점도에 관한 논문이 무려 100만개가 넘게 나온다.


대부분 논문들에 혈액점도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 있다. 이는 학계와 의학계에서 혈액점도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오늘은 혈액점도가 정상인의 점도보다 높아질 경우 주요 질환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증거들을 이야기코자 한다. 


지난 70년동안 혈액점도에 관한 대부분의 임상 연구는 공업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전식 점도계를 사용해 환자들의 혈액점도를 측정했다.  


전단율값이 1001/s 이상 고전단율에서 혈액점도를 측정하기 위해 브룩필드와 같은 회전식 점도계(cone-and-plate)를 사용했다.


전단율값이 101/s 이하 저전단율에서 혈액점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두개의 동축 실린더를 가진 Contraves LS 30와 같은 회전식 점도계(Couette)를 사용했다. 


혈액점도는 비뉴턴성 점도 특성을 갖고 있어 전단율이 감소하면서 점도값이 증가한다.


그런데 연구자마다 각기 다른 회전식 점도계와 또 다른 전단율 값에서 측정된 점도값을 보고했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비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임상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전단율을 고전단율과 저전단율을 대표하는 값들을 각각 하나씩 정해, 정상인의 혈액 점도 범위를 결정하거나, 또 주요 질환에서 혈액질환 관련 임상 연구 결과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절감되는 이유다. 

 

최근 한국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임상에 사용되고 있는 스캐닝모세관 점도계의 경우, 고전단율을 대표해 전단율 3001/s에서, 저전단율을 대표해 전단율 51/s에서 측정하고 있다.  


전자를 편의상 수축기 점도, 후자를 이완기 점도라고 부른다. 다음에 소개하는 임상 연구들에서 이완기 환경에 해당하는 저전단율에서 측정된 점도를 줄여 '이완기 점도'라고 표현한다.


혈액점도 선구자인 Dintenfass는 1960년 당시 혈액점도를 측정하는 점도계가 없었던 시절에 본인이 직접 회전식 점도계를 만들어 심혈관질환자들의 혈액 점도를 측정했다.


"심혈관 및 뇌혈관, 말초동맥 질환자들은 이완기 점도 더 높아"


Dintenfass는 심근경색 환자의 수축기 점도는 정상인에 비해 차이가 없었으나, 이완기 점도는 정상 대조군보다 4~5배 이상이었고, 이완기 점도의 상승이 혈전 상태와 관련이 있고 심혈관질환의 증상과도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Am Heart J, 1966) 


Ciuffetti와 그의 동료들도 Cox생존 분석에서 확립된 몇 가지 심혈관 위험 요소를 고려한 후 상승된 이완기 점도가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고혈압 남성에서 이완기 점도 증가는 몇 가지 전통적인 위험요인 영향과는 독립적으로 심혈관 사건의 예측인자라고 보고했다.(Clin Hemorheo Microcir 2001)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병권 교수는 지난 60여 년간 혈액점도의 학문적 기초를 놓은 Meiselman 교수와 공동 집필한 논문에서, 건강한 대조군과 안정 협심증(SA), 불안정 협심증(UA) 및 급성 심근경색(AMI) 환자에서 여러 혈액학적 매개변수를 평가했는데, 대조군과 비교해 RBC 응집은 모든 환자그룹에서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순위는 'AMI>UA> SA' 순이었다.(Clin Hemorheo Microcir 2008) 


Caimi와 그의 동료들은 AMI 대상자를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수나 관상동맥 병변의 정도에 따라 세분화한 결과, 이완기 점도가 더 많은 위험 요인과 더 많은 협착 관상 혈관이 있는 AMI에서만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고, 혈액점도에 결정인 영향을 미치는 혈장 및 혈청 점도와 전혈 여과는 AMI에서 유의한 영향을 나타내지 않았다.(Clin Hemorheo Microcir 2003) 


Cecchi와 그의 동료들도 이완기 점도가 PCI(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를 받는 STEMI(ST-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독립적이고 긍정적으로 경색 크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Int J Cardiology 2009)


Coull과 그의 동료들은 뇌졸중 그룹과 일과성 허혈 발작 그룹(TIA)을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이완기 점도가 22~27% 유의하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Stroke 1991)  


이완기 점도 증가는 혈장 피브리노겐 농도의 증가 및 알부민·글로불린 비율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뇌졸중과 TIA 그룹 모두에서 수축기 점도는 건강한 대조군과 동일했다.


Velcheva와 동료들도 TIA환자(96% 증가)와 만성 일측성 뇌경색환자(63% 증가)에서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상당한 이완기 점도의 증가를 발견, 혈액점도에 영향을 주는 매개변수들의 장애가 뇌경색 발병 및 재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결론졌다.(Clin Hemorheo Microcir 2008)


Ott와 동료들도 "경동맥계의 뇌경색을 최근 경험한 뇌졸중 환자 이완기 점도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41~43%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높은 이완기 점도가 대뇌 미세혈관 구조의 혈유학적 상태를 손상시킨다고 했다.(Eur Neurol 1983)


Tsuda와 동료들도 발병 후 3일 이내 급성 뇌경색에서 이완기 점도가 뇌졸중 위험이 낮은 피험자보다 36% 유의하게 더 높았다고 알렸다.(J Neurol Sci 1997)


Dormandy와 그의 동료들도 하지 간헐적 파행 환자의 이완기 점도가 정상 연령 일치 대조군에 비해 21~25% 유의하게 증가함을 발견했고, 또 허혈성 심장질환 및 말초 동맥질환(PAD)의 명확한 증거가 있는 33명 환자는 PAD만 있는 환자보다 수축기와 이완기 점도 모두 유의하게 더 높았다.(Br Med J 1973) 


요약하면 정상 대조군과 비교할 때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및 말초동맥질환 등의 주요 질환자들에서 더 높은 이완기 점도값이 보고됐다. 


이외에도 제1형 당뇨병 또는 제2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증, 안구질환, 루푸스, 파라단백혈증, 특발성 돌발 난청의 경우 대부분 수축기 점도는 거의 정상이지만 이완기 점도가 유의하게 증가했음이 주목된다. 이는 미세혈관 흐름에 대한 혈액 점도의 불균형한 영향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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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적산 08.25 10:14
    인체의 어떤 현상이 질병의 원인이 될수 있는 것과 질병의 결과 그런 현상이 발생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이 혈액의 점도 문제도 무시할 일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과대포장되면 배가 산으로간다. 잘못하면 혈액의 점도를 낮추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생겨날 우려를 항상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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