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단순 질병 넘어 '사회적 자원·신뢰' 문제'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
2019.12.16 05: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우울증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많아지고 연예인들 자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관련 국가 컨트롤타워 기관이다. 최근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처음으로 정신과 전문의 당직제를 도입하고 정신질환 전용 응급입원실을 개소하는 등 국민들의 정신건강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회적 편견에 관한 문제,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역할 등에 대해 제3대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 취임한 이영문 센터장을 만나 그의 철학과 앞으로 기관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편집자주]


Q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으로서 모토가 있다면

정신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단순한 정신질환이나 치료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이나 회복 등 치료를 넘어선 개념이 있는데 이런 것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편견’입니다. 사회적 편견은 정신질환자의 증상 회복을 방해하고 이는 곧 ‘사회적 자본’과도 연결이 됩니다. 저희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추구해야 할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를 넘어 국민들이 지녀야 할 정신건강의 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에 대해 ‘사회적 편견’이 심한 편이지요

한국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신뢰도가 OECD에 속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습니다. ‘여러분이 어려움에 있을 때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점수는 거의 0점을 보였습니다. 이게 사회적 자본이 낮다는 증거입니다. 사회적 지위에 따른 ‘갑질’이나, 누구에게 무시당했다든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 소수자 문제 등 편견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사회적 자본이 낮아집니다.
 

Q 사회적 편견이 사회적 자본과 연결된다는 말씀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

신뢰라든지 공동체 의식, 정신건강, 인권 등을 통칭적으로 '사회적 자본'이라고 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적인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힘이죠. 편견이 심할수록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신뢰도는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신체는 어디가 절단되면 눈에 보이지만 마음은 다치거나 서로 불신하게 돼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큰 손실을 보는 거죠. 해외에서 사회적 신뢰지수가 1 올라갈 때 2.3유로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불필요한 사회적 불신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악화 시켜 생산성을 떨어트립니다. 그런 점에서 정신건강 차원을 질환에만 국한하지 말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취임사에서 정신건강 사안을 인권 차원으로 보셨는데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 그런 것을 인권이라고 하죠. 사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사회일수록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지수가 높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도 인권에서 시작하는 거고, ‘갑질’이 없어져야 하는 것도 인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은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인권이 향상될 수록 치료가 잘 되는 질환입니다. 치료와 인권이 묘한 함수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신건강은 인권의 문제이고 우리나는 편견 심해, 인간관계 악화시켜 생산성 하락 초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 교육 소통에 국가정신의 가장 중심지 돼야"
"우울증은 초기 치료하면 극복 잘되는 질환, 예방 프로그램 등이 우울증 차단하는 데 많은 도움" 
"정신질환서 초래되는 응급실 입원 신체질환도 다양, 24시간 시스템 운영 필요"

 

Q 국립정신병원-국립서울병원-국민정신건강센터로 개명됐다. 과정을 설명해달라

과거 정신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전국적으로 다섯 개 있는 국립정신병원들도 거점지역 이름을 따서 바꿨습니다. 그 후 국립서울병원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병원을 탈바꿈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연구소’가 들어섰고 이후 정신건강 커뮤니티 케어를 총괄적으로 지휘 할 수 있는 본부도 만들자 해서 ‘정신건강사업부’가 만들어지고, 세월호 참사 이후 심리적 외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트라우마사업부’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기관들이 모여 있고 하나의 질병에 대한 급성기 치료, 24시간 응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이름을 짓다 보니 여러 기능들이 병원을 넘어서게 돼 ‘국립정신건강센터’라는 이름을 쓰게 됐습니다.
 

Q ‘국립정신건강센터’라는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명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명칭도 명칭이지만 내부적으로 기능이 더 중요합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큰 틀에는 고유한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있고,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다양한 새로운 정책들,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평가 등이 나옵니다. 또 아까 언급한 국가트라우마사업부도 지역사회를 지휘하고, 커뮤니티 케어를 수행합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곳,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 우리나라 국가정신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국립정신건강센터 옆에 연관 기관들이 입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건과 관련된 건물들인데 사회복지정보원과 건강증진개발원, 자살예방센터가 들어올 계획입니다. 건강증진개발원 같은 경우는 담배나 술에 포함된 세금 중 건강증진기금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좀 더 정신건강 예방프로그램이라든지 하는 다양한 것들을 도모해 볼 수 있습니다. 건물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에도 좋고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놓고 본다면 과거 국립서울병원이 있었던 땅에 전혀 성격이 다른 건물들이 동시에 들어오는 거라 의미가 새롭습니다.
 

Q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우울증이 심각한데,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우선 센터만의 힘으로 우울증을 극복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울증이 증가한다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울하신 분이 실제로 증가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전에는 치료받지 않던 분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이 좋아짐에 따라 치료받으러 오시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평균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그렇게 우울증이 많은 나라는 아닙니다. 당연히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의료기관을 통해 치료받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초기 치료 시 극복이 잘 되는 질환입니다. 예방 프로그램 등이 우울증을 차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약물치료 뿐 아니라 어디서나 쉽게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나이가 들수록 외래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좋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운동 하고, 느리게 생각하거나 명상하는 것 모두 우울증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것들이 궁극적으로 정신건강과 연결된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갖도록 저희 센터가 다양한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국내 최초로 정신과 전문의 당직제를 도입하고 응급입원실을 개소했는데 운영 현황은

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도에 제정되고, 입원하는 과정이 어렵게 바뀌었습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의 인격 보호 차원이지만 우발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어 입원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입원이나 응급조치가 반드시 필요할 때는 정신적인 응급처치가 이뤄질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국립서울병원 당시까지는 제대로 된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응급센터가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소, 운영되고 있습니다. 1층에 있는데 쾌적하고 안정된 공간입니다. 응급실이기 때문에 정신적 문제가 아닌 신체적 문제로 정신과 응급실을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감별진단을 위해 MRI를 운영 중이지만 24시간 가동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복지부 장관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과 좀 더 상의하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신응급질환이란 개념이 생소하다. 어느 정도일 때 응급실을 이용하는지 

정신과 증상 중에 환청이나 환각 증상이 있습니다. 남들에겐 보이거나 들리지 않지만 본인은 매우 괴롭죠. 그리고 이유 없이 죽고 싶단 생각이 들거나, 평소 가깝게 지내던 타인이 자신을 해치려고 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정신과 응급실을 많이 찾습니다. 또 심리적 고통이나 압박에 의해 신체적으로 마비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부싸움 도중 여성분의 몸이 뻣뻣해지면서 혼절한다든지 이런 부분도 정신과 응급에 해당합니다.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혼돈에 빠지는 경우도 정신과 응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살사고로 인한 경우는 당연하고요.
 

Q 요즘 젊은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굉장히 많고 그 외에도 복수, 충동, 억울함, 경제적 문제 등 이유가 다양합니다. 구하라 씨나 설리 씨 등 연예인 자살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대부분 악플을 가장 큰 문제로 봅니다. 악성 댓글도 물론 영향을 줬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사는 스타의 선택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과도한 간섭과 개입을 하면서, 정작 어떤 논란이 벌어졌을 땐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을 키울 틈도 없이 스타가 되면 논란이 생겼을 때 버틸 수 있는 내공이 없습니다. 스타를 문화 활동가로 보지 않고 단순한 돈벌이로 보는 기획사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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