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만난 의사출신 사업가·기자·고위공무원 등
메디컬매버릭스 진로 세미나, '진료실 밖 트랙 관심 제고·멘토 네트워킹 강화 필요'
2019.08.26 05:4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병의원 밖에서 기자, 작가, 사업가 등으로 활약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임상 외의 진로에 젊은 의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10명의 의과대학생·의학전문대학원생들이 설립한 메디컬매버릭스(Medical Mavericks)는 26일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는 의대생들을 위한 ‘메디컬 매버릭스 진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서울특별시의사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주)데일리메디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함께 주최했다.
 
최재호 메디컬매버릭스 대표 겸 차의학전문대학원생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강연 주제에 대한 답변으로 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진로가 43.9%를 기록했다. 개원가, 봉직의, 교수에 갇혀있던 학생들의 관심사가 보다 넓게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되는 선후배 혹은 교수님과의 멘토링은 대부분 임상에 계신 분들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임상계 바깥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배 의사들이 학생 시절 고민부터 업무 노하우까지 학생들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다.
 
이날 행사에는 의사 전용 메신저 겸 플랫폼인 메디스태프 기동훈 대표, 신문·팟캐스트·유튜브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3권의 책을 출간하고 유명 TV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한 남궁인 작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새로운 의료데이터시스템을 구축하는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예방의학과 전문의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이 강연자이자 멘토로 나섰다.

의사 처우 개선 활동이 창업으로 이어져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는 공중보건의 처우개선에 나서고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 출마하는 등 창업의 기틀이 된 의료환경 개선 활동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신종플루 사태때 공보의가 고생하는 것을 직접보고 대한공보의협의회와 함께 공중보건의 처우개선에 나서게 됐는데, 이 때가 임상 이외의 영역에 처음으로 눈길을 돌린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후 기동훈 대표는 안치현 전 의대협 회장과 함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젊은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젊은의사협의체를 구성, 젊은의사포럼을 처음 열게 됐다.
 
의협 회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 대표는 “기성 의료계는 분노하라고만 얘기하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 젊은 의사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세계적인 의사 모임들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외국 의사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터다.
 
그는 “하버드의대 절반은 창업을 생각하지만 서울의대 졸업동기 200명 중 창업자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아직 국내에서는 창업에 대한 의대생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며 의대생들에게 창업에의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메디스태프에서는 외부인은 열람할 수 없어 의료정보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의사 전용 메신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대전협 수련병원평가 자료를 분석 제시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는 의료계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강연을 개최한 바 있다.
 
꾸준한 IT 관심으로 의료 블록체인 회사 설립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또한 IT 계열 사업가가 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의대생의 창업 활동을 독려했다.
 
IT 분야에 대한 그의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 컴퓨터 관련 경시대회 수상을 하면서부터 이어져왔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많이 하다보니 IT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제안이 오곤 했다. 메디블록 설립 전에는 병원 내에서 AI 연구를 했다”며 IT 분야에 대한 꾸준한 이력을 설명했다.
 
메디블록에서 그는 병원 간 의료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진료정보공유사업(EHR)을 넘어 PHR을 활용해 환자와 의료기관을 디지털로 연결, 의료기관 데이터를 환자가 직접 받아 관리토록 만들어 환자 중심 의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은솔 대표는 “아직 디지털헬스케어에서 일하는 의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비 의사들의 IT 분야 참여를 독려했다.

병원 밖 환자들 생활에서 의료를 보다
 
‘사람’보다 ‘사람들’ 병을 고치는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학창시절 학교 바깥에서 활동하던 경험을 통해 예방의학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나백주 국장은 “병원 임상실습을 시작하면서 빈민촌 주말 의료봉사를 병행했다. 아픈데도 아픈 줄 모르거나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달았고 예방의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원한 선배들을 찾아 개원가를 두루 조사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입장과 환자 입장이 판이하게 다름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나 국장은 “낙태를 하는 청소년이 현장에 많다는 것을 알게된 후 성교육을 다녔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사실과 다른 성지식들이 떠도는 것을 목격했다. 무료 지원을 받아 하루에 병원을 3~4곳 다니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짜인데 이 약, 저 약 다 받기 미안해서 그렇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기도 했다”며 “의료는 역시 환자와 가까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읽고 쓰며 기자와 작가를 하는 의사들
 
이진한 기자와 남궁인 작가 글을 쓰는 의사로서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진한 기자는 소위 ‘딴짓’을 하려는 정신을 강조하며 신문기사에서부터 유튜브 캠페인, 아프리카 TV 방송까지 진행하게 된 스스로의 이력을 소개했다.
 
이 기자는 응급 구조를 위한 헬기 관련 민원을 줄이기 위해 유튜브에서 진행하고 있는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캠페인과, 아프리카TV를 통해 진행하는 환자 상담 프로그램인 ‘닥터들의 치열한 썰전’을 본인이 개척한 딴짓의 예시로 들었다.
 
신문 기사로는 서울대병원에서 여타 상급종합병원과 병원, 의원까지 초진 15분 진료를 확산하기 위해 모든 병원을 직접 취재한 경험을 언급했다.
 
“새로운 소식을 잘 전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진한 기자가 생각하는 언론인의 소명이다.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를 펴낸 남궁인 작가는 “글쓰기는 인생에서 가장 믿음직한 취미이자 버팀목”이라며 읽고 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자아 이외의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남 작가의 견해다.
 
남 작가는 의대생시절 타과 학생들이 하는 것은 다 해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문학 동아리에 들고, 밴드에서 건반을 연주하며, 꽃장사, 인형탈 아르바이트, 아시아 대륙 횡단 등 다양한 활동에 전념했다.
 
그는 “글을 읽고 쓰며 돋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좋았다.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지만 꾸준히 지속하니 새로운 세계가 보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난 몇 세기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는 데카르트의 구절을 언급한 남궁인 작가는 의대생들에 읽고 쓰기에 집중해볼 것을 제안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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