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버티는 외과계 의원들 자존심 지켜달라'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2018.01.15 06:12 댓글쓰기

“전공의 아예 돌아서 버릴까 두렵다"

"수술을 못한다면 누가 과연 외과계열 의사가 되려고 하겠나. 그렇잖아도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라면 전공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데 이제는 아예 돌아서버릴까 두려운 심정이다.”
 

대한민국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했다. 그 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이 눈부신 성과의 이면에는 의사들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것이 의사들의 자발적인 희생이 아니라 정부의 강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위해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규격화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동안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게 의사들의 얘기다.
 

18일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도출 촉각···'공회전' 거듭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을 두고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들썩이고 있다. 이렇다 할 성과는 도출하지 못한 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외과계열 의사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협의체의 최종 권고문 합의 여부가 오는 18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결론이 날지 주목되는 가운데 외과계열 대표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의사집단의 희생을 강제하는 가운데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제도라면 그건 정말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얼굴을 붉혔다.
 

특히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은 의료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외과계 일차의료기관의 수술실과 입원실을 폐쇄, 규제하는 불합리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이대로는 더 이상 의료공급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일찌감치 전공의 기피과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경고했지만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을 보면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내부에서 한 곳으로 모아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등 18개 의사회는 현재 협의체가 발표한 권고문 자체를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수정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권고문이 일차의료기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연일 집행부를 향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복지부가 외과계 개원의사회가 요구한 5개 사항은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화난 의심(醫心)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2016년초 출범해 13차의 회의 끝에 지난해말 의협 보험이사 연석회의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권고문(안)’으로 비공개 전제하에 발표된 바 있다.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의협은 의사회와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이후 수정된 권고문을 발표했다.


"1년치 장기처방하는 대학병원, 돌이키기 힘든 의료전달체계"

김동석 회장은 “대체 기본은 어디 갔느냐. 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동네의원은 그야말로 역량을 쏟아 부어 유지
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째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서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컨대, 외과의원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력 등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여기에 맞는 수가나 제도가 정비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김 회장은 “내과 의원처럼 만성질환으로 환자들이 계속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과계열 의원은 타 과에 비해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자존심을 세워주기는커녕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의원과 병원이 기능적 차별성이 크지 않아 서로 경쟁하고 있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자원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라고 한다면 환자 접근성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의원에서 간단한 수술은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병원에서 무려 1년 치 장기 약 처방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일차의료기관이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돼 있다”며 “현재 외과계 의원 중 수술 및 입원을 실시하는 의원들이 이차의료기관으로 이동하면서 입게 될 피해는 막대하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의협 집행부에 쓴 소리를 던졌다.


김 회장은 “1월16일에는 외과계와 간담회를 한다고 하고 17일에는 내과계와 만남을 갖는다고 하는데 제2의 분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회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무의미하다”며 “부디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길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전했다.


이어 “각 과 의사회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수준 높은 진료를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 권고안을 폐기하고 전 직역이 참여해 다시 협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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