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최근 의사 3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로 금고형을 선고한 판결이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10월2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기도 성남시 한 병원의 응급의학과장 A씨에게 금고 1년형, 소아과장인 B씨에게는 금고 1년 6개월형, 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에는 금고 1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의료계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해당 판결을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은 법원 앞에서 삭발 시위에 이어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11월11일에는 의사 3명의 석방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의료계가 이번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며 사태가 커지자 이들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사진]가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을 만나 조심스럽게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현 변호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3인의 상황, 사건을 맡은 변호사로서 판결에서 느낀 점 등을 들어봤다.
Q. 인터뷰를 하게 된 배경은. 사건에 대해 정확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는가
-그렇다. 이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퍼졌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과실 여부, 책임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관련된 분들이 의도치 않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학적인 의견이나 결론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은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고자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Q. 의사 3명이 법정구속 된 후 의료계에서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을 3명의 의사도 알고 있는지
-의사 3명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 변호를 맡고 있고 어제(30일) 접견했다. 지금 구속된 상황이라 바깥의 상황을 잘 모른다. 이번 판결로 인해 대한의사협회장이 법원 앞에서 삭발을 하고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까지 했다고 말해줬다. 총궐기대회는 물론 총파업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의료계가 뒤집혔다고 알렸더니 깜짝 놀라면서도 의료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건과 관련된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안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해 달라고 했다.
Q. 그들이 정확히 알리고 싶다는 사실관계는 무엇인가
-환아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이다. 환아가 지난 2013년 5월 27일 0시 53분 경 과식 후 복통 증상으로 A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레지던트인 B씨가 환아에 대해 초진을 마치고 흉부 X선 및 단순복부 X선 촬영을 실시한 후 응급의학과 C과장에게 아이를 인계했다. C씨가 진료할 당시 환아는 폐음이나 호흡은 정상이었고 복통을 호소했다. C씨는 평일 주간 시간에 소아과를 외래로 방문하라고 귀가 조치했다.
이후 환아는 5월 27일 오후와 30일에 외래로 방문했다. 소아과장 D씨는 응급실에서 촬영한 흉부 X-ray 사진,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결과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문진과 촉진 등으로 환자에게 비특이적인 복통이 있다고 진단했다. D씨는 6월 4일경 다시 내원하라고 권유했지만 환아는 이날 내원하지 않았다.
6월 8일 마지막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환아는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가정의학과 레지던트인 E씨는 피해자의 복부 엑스레이를 찍고 비특이적 복통으로 진단, 변비에 대한 조치를 취한 후 귀가 조치를 했다. X-ray 사진만으로도 횡경막 탈장이 명확하게 확인될 정도로 진행된 상황이었다. 같은 날 G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아는 우측 흉강 내 다량의 흉수 및 혈흉이 발견됐고 좌측 횡경막의 탈장 및 폐 허탈이 발견됐다. 환아는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부검이 이뤄진 바는 없다.
Q. 사건 발생 후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진행됐다. 유가족이 병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민사소송은 종료되고 의사들을 기소한 형사소송만 진행 중인지
-그렇다. 유족들은 A병원과 G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A병원의 진료상 과실만 인정됐고 G병원의 응급조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이 이뤄졌다. A병원은 유족에게 1억4000만원 정도를 배상했고 이로써 민사소송이 종료됐다. 하지만 검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소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를 업무상 과실치사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면서 형사소송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은 8월 말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선고 기일에 재판부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해보라며 기일을 연기했다.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2500~3000만원 정도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를 해보고자 했지만 유족 측의 입장이 변했다. 피고인들을 만날 생각이 없으며 민사판결에서 이뤄진 금액(1억4000만원) 수준이 아니면 합의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합의점 도출이 어려워 형사공탁을 하고자 했지만 유족이 공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9일 피고인들이 유족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배상하는 취지의 합의가 이뤄져 고소인으로부터 처벌 불원서를 받았다. 현재 사건은 검사, 피고인들 쌍방이 항소해 수원지방법원 형사부에 배당돼 있으며 11월 16일 1회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다. 의사 3명은 사건 이후 A병원에서 퇴사했다. 병원은 관여하지 않고 있어 해당 의사들만 외롭게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의료진의 무과실을 밝히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합의를 하면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합의를 한 것은 보석 청구를 위해서였다. 합의를 하면 추후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사 3명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법정구속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의사 3명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가 변호를 맡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C씨는 보석으로라도 일찍 풀려나기를 원하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법정구속만은 피하기를 원한다. 보석 신청을 위해서는 상황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 변호인으로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유가족과 합의를 해 조기에 석방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합의에 이르게 됐다. 합의를 했다는 사정이 반영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Q. 형사 소송에서 아쉬웠던 부부은
-재판부가 너무 쉽게 의료진의 과실이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기회의 상실에 대한 과실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다가 사망에 이른 환자의 죽음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인과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판결과 관련, 앞으로 의료사고 판결에서 개선돼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번 판결이 이렇게 사태가 확대된 것은 무리하게 법정구속을 시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 본다. 합의하지 않는다고 법정구속하는 사례가 관행화되면 의사들은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잃게 된다. 무과실을 주장하다가 합의가 안 되면 법정구속이 될 수 있다. 의사 3인은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법정 구속됐다.
진료하는 의사들이 어디로 도주하겠는가. 유가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합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면 의사들은 결국 합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의사가 자신의 양심에 반해 배상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를 따지고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근거로 합의해야 한다. 법정 구속이 관행처럼 이뤄지면 환자들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 합의하게 될 것이다.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는 구분해야 한다. 교통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지고 그 과실과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쉽다. 하지만 의료사고는 그렇지 않다. 의료사고는 그 특수성이 인정돼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이뤄진 의사들의 모든 행위를 인과관계로 따져보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에 대해 공감이 이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