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잇단 의료계 사건의 중심에는 정형외과가 있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대리수술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폭행 사건과 연루된 상황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악습(惡習)을 끓어야 하는 시기, 학회의 고민은 치열하다.
17일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열린 대한정형외과학회 62차 국제학술대회에서 現 61대 최종혁 이사장(세브란스병원)과 62대 김학선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사진]은 기자들과 만나 변화하는 의료현장 속 뭇매를 맞고 있는 정형외과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정당성 언급 영역 아니고 강력한 자정활동" 천명
단연 화두는 대리수술 문제였다. 지난 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 등을 계기로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수술이 횡횡하고 있음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에 최종혁 이사장은 “무조건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영업사원 대리수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의료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근본적 저수가 문제로 새로이 출시되는 의료기기를 익힐 시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이사장은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하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억울한 문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수가를 이유로 대리수술의 정당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틀린 생각이다. 학회 차원에서도 강력한 자정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천명했다.
차기 김학선 이사장 역시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선제적으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형외과학회는 3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개원의, 전문병원, 대학병원 등으로 구분된다. 다루는 영역과 관심도가 다르다. 학회 차원의 공식적 행보를 보이기에 앞서 각 그룹별로 합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CCTV 설치 의무화 앞서 ‘의사 양심’ 전제
대리수술 문제의 연장 선상에서 CCTV 설치 의무화도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다면 의사·환자 간 신뢰 회복이 가능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학회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 이사장은 “대리수술을 잡고 의료분쟁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의무화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기술 발전 등으로 유출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CCTV를 악용한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지금은 의사 양심을 믿고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단계를 빼고 CCTV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술은 의사의 오랜 교육과 경험이 축적된 전문적인 지식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차기 김 이사장은 “범죄자를 만들어 놓고 지켜보자는 것이 바로 CCTV 설치 의무화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PA 사안 등 선결과제도 많은 상태다. 답이 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62대 집행부는 전공의 폭행 관련 의제도 진중한 자세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차기 손 이사장은 “내년 춘계학술대회부터 정형외과 내부적으로 폭행문제를 척결하자는 의미로 인성교육 관련 세션을 4시간 정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형외과학회는 오늘(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를 끝으로 새로운 62대 집행부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이사장은 김학선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회장은 손원용 박사(부산부민병원), 총무이사는 한승환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