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앞장서야 한다는 절박감이 행동에 나서게 했다'
2002.01.26 15:00 댓글쓰기
경희의대 비상대책위원장 임재관씨. 그는 학생(본과 2년)임에도 불구하고 두달전 의대생 수업거부를 주도한 이후 단박에 경희의료원 최고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의 행동은 모든 원내 구성원들의 불만을 담지한 결과"라며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경희의료원의 위상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행동에 나서게 했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의대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학원장 및 총장이 의대 위상하락의 심각성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총장님과 면담할 때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할 지 몰랐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10년 넘게 축적된 문제들을 제기하는 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고 분함을 삭이지 못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학생 비대위는 언제 수업에 복귀할지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업거부 이후 주요 보직자 교체·총장 및 의료원장의 발전계획안 추진약속 등 긍정적인 변화가 원내에 일고 있는 가운데 비대위의 향후 계획을 물었다.

임 위원장은 "공간문제는 학장님의 답변을 받은 상태"라며 "우리의 요구사항이 상당부분 수용돼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결정권자의 의지를 확인한 것은 큰 성과지만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공론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약초원에 의학도서관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만약 약대생들이 거기에 반대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치대공간활용 문제도 작년 초부터 계획을 입안했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이제서야 본격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대답이 나왔다"며 "간호학과 이전의 문제도 공론화시켜 정식 계획으로 확정하는 단계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0여년간 합의된 계획안들이 유실되면서 쌓인 불신의 골은 간단히 해소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10대 요구안 전반에 대해 구체화될 때 비로소 수업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각한 대화가 잠시 중단된 뒤, 비대위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바뀐 점을 묻자 비로소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띠었다.

그는 "의약분업투쟁 이전에는 놀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대학생이었다"고 스스로를 평하며 "의약분업 당시 얼떨결에 학년대표가 된 뒤 학우들의 힘으로 학생회장을 거쳐 여기까지 이르렀다"고 쑥스러운 듯 과거를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회장에 당선된 이후 말투가 변하고, 자신감에 가득찬 모습을 발견할 때 마다 놀라곤 한다"며 "개인생활 등에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곁에서 힘이 되어준 집행국원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학우·동문·교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임 위원장은 먼저 학우들에게 "힘들게 행동에 나선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때까지 힘을 합쳐 어려움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담히 밝혔다.

그는 "수업거부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교수님들께 죄송하다"며 "하지만 4자협의체 구성 등에 도움을 주신 교수·동문선배들의 노력에는 크게 감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토요일 오후,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부스스한 얼굴로 회의를 준비하는 임 위원장 및 집행국원들의 표정은 지쳐보였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미소만은 거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지호기자(joyjh@dailymedi.com)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