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경영자료 제출 의무화해야 원가분석 제고'
2002.01.19 15:00 댓글쓰기
"의료수가는 일종의 규제가격이며 정부와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수가는 의료기관의 경영수지 자료를 확보해야 규제가 가능한데 그런 강제장치가 전무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병의원 경영수지분석자료에 의한 원가 분석' 보고서를 낸 서울대 경영연구소 안태식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지난해말 공단에 보고한 원가분석보고서가 연구자료의 대표성과 신뢰성, 합리성 공방에 휩싸이면서 현행 수가의 적성성검증이 또다시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같은 공방이 되풀이되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안태식 교수는 "의료수가가 규제가격이라면 규제수단이 있어야 한다. 연구에 들어가기 전에 의협, 병협과 수차례 만나 연구방법을 설명하고 의료기관의 경영수지자료를 요청했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협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안 교수는 "의원급 원가연구에 표준원가를 적용한 것은 타당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경영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개원의협의회에 협조를 구했지만 실제 받은 것은 8개 의원의 경영자료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의협이 자료제공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원가를 이용한 연구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았다.

또 그는 정부와 공단, 심평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일례로 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하면서 원가분석 표본이 된 병원의 올해 상반기 진료실적 및 행위별 진료빈도 자료를 심평원에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심평원은 자료를 뽑기 위해서는 모든 업무를 중단한 상태에서 꼬박 2주 작업을 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복지부와 공단에 같은 자료를 요청했지만 복잡한 절차를 거쳐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의료수가를 규제해야 할 복지부와 공단, 심평원이 전반적으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자료분석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라 사소하고 간단한 데이터를 구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비판했다.

이들 기관들이 자료분석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거나 그동안 방기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사실 이같은 표본의 취약성문제는 서울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02년도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를 맡았던 보건사회연구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도포기한 바 있다.

안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는 경영자료를 소유한 병원이나 의원이 이해관계에 반할 경우 비공개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원가산출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화해야 연구 타당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안태식 교수는 "반드시 의료기관 실사를 통해 의료원가를 계산해야 한다. 보상근거도 없이 수가를 산출하는 관행을 되풀이한다면 국민의 의료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파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안창욱기자(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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