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과 전문성 외면이 문제'
2001.12.08 15:00 댓글쓰기
박지선 전공의는 1달 앞으로 다가온 전문의 시험준비 탓인지 무척 지쳐보였다.

하지만 기자가 올해 대규모 미달사태를 낳은 진단방사선과 전공의 지원현황을 화제로 삼자, 눈을 반짝이며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73년생인 그녀가 진단방사선과를 선택했을 때 가장 큰 판단기준은 '의사를 돕는 의사'라는 자부심이었다.

그녀는 하지만 판독료 감축·각 과 전문의 독자판독 강화 등 점점 전문영역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 못내 가슴 아프다.

박 전공의는 요즘 한방에서도 필수 코스로 시행되고 있는 초음파 검사를 예로 들며 현실을 비판했다.

그녀는 "초음파검사는 가격이 낮은 편이지만 검사의사의 숙련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며 "장기검사의 경우 나이·상태·자세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전문성을 강조했다.

박 전공의는 "일반병원에서 촬영된 필름의 상당수는 재촬영이 요구될 정도로 부실하다"며 "처음부터 진단방사선과의 결정과 판독을 거쳤다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녀도 "모든 영상진단을 진단방사선과에서 판독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진단방사선 전문의를 X-ray 기사 등과 동일시 여기는 일부의 시각에서 탈피해 달라"는 것이다.

박 전공의는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영상진단기기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며 "판독뿐 아니라 어떤 검사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추천·조력하는 전문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의사파업 당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개인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의사파업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그 이유는 진료라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전문성'을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다른 과 의사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진단방사선과의 독자성을 인정해 주고, 정부에 같이 요구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공의는 최근 지원자가 계속 급감해 후배 인턴들을 모두 합쳐도 레지던트 4년차보다 숫자가 오히려 적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녀는 "좋아서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자부심을 갖고 공부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만약 전문성을 살릴 길이 없어 일반의로 개원하게 되더라도 강연 등을 통해 환자와 다른 의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 나가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박전공의는 인터뷰 도중 "업무·공부 등에 치이다 보면 현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깜깜할 때가 많다"며 희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짧은 인터뷰 후 쫓기듯 허겁지겁 공부방으로 뛰어 올라가는 박 전공의는 무척 숨차 보였다.

박지호기자(joyjh@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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