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과 요양기관은 한가족 아니예요?'
2001.12.01 15:00 댓글쓰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요양기관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죠"

심사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아마 서로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공존·공생하는 관계를 빗대어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요즘처럼 심평원에 대해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을까. 의약분업 이후 보험재정은 바닥을 드러냈고 결국 금융권에서 진료비를 빌려서 지급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럴수록 심평원의 무딘 삭감률은 여론의 화살을 맞았고 요양기관은 심사강화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심평원과 의료계가 서로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대규모 공채를 통해 입사한 계약직 사원들의 객관적인 입장을 들어봤다.

심평원 홍보업무를 맡고있는 곽희철·유완이 씨는 "심평원과 요양기관의 오해를 해소하는 충실한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며 새내기 답지않은 답변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진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진료비가 어떻게 청구되는지 접할 수 있었어요. 요양기관이 진료비를 잘못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거죠. 요양기관이 제대로 청구할 수 있도록 잘 전달하는 것이 홍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유완이>

6만여개 요양기관에 배포되고 있는 월간지 '심평'지 편집을 담당하는 유 씨는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좀더 의사와 약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심평'지를 만드는 것이 자신이 몫"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이달부터 사진촬영 기술을 별도로 익히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심평원에서 말하는 과잉진료는 심사기준에 맞지 않는 것을 말하죠. 그러나 심사기준은 진료비심사위원회에서 의사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심사직원이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기사가 나갈 땐 속상하죠. 의료계도 심사위원회와 의학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통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곽희철>

전문지와 일간지 기사 스크렙을 담당하는 곽 씨의 날까로운 지적이다. 이른 아침이면 심평원 전부서에 일간지와 전문지에 실린 기사내용을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은 곽 씨의 숨은 노력이다.

"하루종일 쉬는 사람이 없어요. 빽빽하게 일하고 끝나는 시간이 보통 저녁 8∼9시죠. 보험재정이 어렵다고 언론에 오르내릴 땐 휴일근무는 기본이었어요."<유>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하루 근무량이 진료비 명세서 100장이면 이것을 다 채워야 퇴근시간이죠."<곽>

이들은 "심평원이 심사를 부실하게 한다는 언론의 지적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보험재정 대책에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의약분업이후에 매일 쌓이는 어마어마 한 진료비 명세서를 심사하는 모습을 보면 분위기가 침체됐다는 느낌도 들어요. 활발한 분위기로 일신하는데 일조해야죠"

곽희철 씨는 "정체된 듯한 심평원 분위기를 이끄는 데 계약직 젊은 사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 계약직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심평원을 위해 정열을 쏟고 싶어도 '인력수급에 대한 계획'이 뚜렷하지 않으면 반감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심평원 계약직으로 갓 5개월을 넘긴 새내기 사원 곽희철·유완이 씨. 이들은 "심평원과 요양기관의 벌어진 간극에 한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다리를 놓기 위해선 홍보업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심평원이 진료비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일을 수행하는 한 이들의 꿈은 요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해 본다.

그래도 이들은 의약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매월 발행하는 '심평'지 제작에 하루일과를 쏟을 것이다. 희망이 있는 꿈은 현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믿으면서...

김태형기자(th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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