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위기상황, 대책마련 시급
2001.11.24 15:00 댓글쓰기
"대학병원은 그간 의료 기본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고급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의료서비스향상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급격하고 조악한 개혁정책을 시행, 의료환경이 변하면서 대학병원은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고대의료원 이규완(기획조정실장·산부인과) 교수는 대학병원의 당면문제와 관련 "정부가 무원칙적으로 의대와 한의대를 신증설했지만 지원은 전무해 과도한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 연구를 담당해야 할 대학병원이 병원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연구 기능이 약화됐고, 결국 교수들의 위상도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기에다 의약분업 이후 유능한 교수들에게 파급되기 시작한 개원열풍으로 적지 않은 대학병원이 의대생과 전공의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분명 대학병원의 위기라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수익은 줄어들고 자력갱생을 위해 재투자해야할 재원이 필요한 반면 능력있는 교수들은 대학을 떠나 의료인들의 사기가 전반적으로 꺾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건강보험재정위기 이후 시행된 재정안정대책 또한 대학병원 경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의료기관의 남수진을 막고, 연간 진료일수 제한, 보험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저가약품사용, 적정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제 시행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미 의약분업 단계에서 막대한 재정지출을 예측하지 못해 보험재정을 파탄시킨 전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지극히 도식적이고 탁상공론적 정책이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비싼 약을 처방했다며 의료비를 삭감하거나 특정진료는 포괄수가제에 지정된 금액만 지급하겠다는 식의 규제와 심사위주정책은 재정이 모자란 게 아닌데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이 진료를 우선으로 하는 게 아니라 보험심사라는 정해진 틀에 맞추다보면 하향 평준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선진의료와 경영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 재정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본질을 덮어둔 채 마치 병원과 의료인의 부도덕한 보험청구가 주범인양 오도해 국민과 의료계의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불만의 표현이다.

이 교수는 "의료는 기본생존권의 하나이기 때문에 공공자금을 지원하고 각종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 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전문의료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대학병원은 의료인력 양성과 전공의 수련, 전문술기 재교육 등 국가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곳이므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창욱기자(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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