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는 아픈 사람에 대한 사랑의 행위'
2001.11.03 15:00 댓글쓰기
그대여 지나가는 낯선 새들이 오면/ 그대 가슴속 더운 곳에 눕혀라/ 그대 괴로움이 그대 뜻이 아니듯이/ 그들은 너무 먼 곳에서 왔다(이성복 詩 '밤이 오면 길이'가운데)

누군가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아픔을 품고 치유하기란…, 어쩌면 인간의 영역이 아닌지도 모른다.

연세의료원 의료선교센터 박찬신 간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서 예수님과 가장 많이 닮은 직업이 의사입니다. 성경 말씀처럼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가르치고, 전파하고 치료하신 것처럼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의료 행위 역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9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그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모두 마친 내과전문의이자 또한 선교사이다.

그는 선교를 위해 내과전문의라는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그에게 이것은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유별난 삶의 편린(片鱗)이 아니다.

의대를 지원한 것도, 힘든 전공의 과정을 거쳐 내과전문의가 된 것도 선교사가 되기 위한 계획된 삶의 한 여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 중국이나 회교국에 가서 선교활동을 하고 싶었고, 당시 이들 국가에서는 의료봉사를 통한 선교활동만이 가능했기 때문에 의대진학을 꿈꿨죠"

여러 진료과 가운데 내과를 택한 것도 선교활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많은 사람을 상대로 가장 폭넓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진료과가 외과나 내과였는데 외과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아서 내과를 택했죠"

그가 내과를 택한 또다른 이유는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학병원 내과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 때문이다.

"대학병원 내과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완치가 어려운 질환들이고 그저 보존 요법이나 증상에 따른 치료가 많았지요.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환자들이 의사에게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의료는 다른 직업보다도 더 깊이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찬신간사는 지난 95년부터 99년까지 5년간 중국에서 선교사가 되기위한 언어와 문화공부를 한 다음 지난해 스웨덴 예수전도단에서 훈련을 받고 올해 2월말 귀국했다.

"중국에 있는 동안 깨진 가정이나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곳은 상담이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그에게 기독상담에 대한 절실함을 일깨웠고, 결국 내년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기독상담학을 전공하게끔 이끌었다.

바람직한 의사상을 묻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그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의료는 아픈 사람을 돌보고 치료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아픈 사람에 대한 사랑의 행위이며 일종의 섬김입니다"

깊은 산속의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그의 편안하고 환한 웃음은 어떤 의술이나 믿음보다 강한 치유력을 가졌을지 모른다.

김상기기자(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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