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는 비아그라 최고-환자 양지로 이끈 것 보람'
2002.01.12 15:00 댓글쓰기
임오년 새해 들어 제약계서 초미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 하나 있다. 언론과 방송에서도 수차 다뤄질 정도로 주목의 대상이다. 화이자의 비아그라가 바로 그 것.

타도 비아그라를 외치며 발기부전 시장 출시를 대기중인 품목이 여러 개 있기 때문. 외자사 두개, 국내사 한 품목이 대표적. 업계서는 비아그라가 과연 수성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럴수록 심리적 고민이 늘어나는 당사자가 있다. 화이자社 비아그라 PM(Product Manager) 김선빈 차장. 발기부전 치료제 총책이 알고 보니 미혼의 여성이었다. 깔끔한 외모에 비아그라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부산 사투리를 양념 삼아 내뱉는 언변도 막힘이 없다.

그녀는 경쟁 품목 출현에 "위기의식은 갖지만 진정한 의미의 경쟁 품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비아그라가 지니고 있는 약효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효과 면에서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녀는 "약이 여러 개이면 의사 선생님들이 선택의 폭 넓어지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즉,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므로 비아그라 매출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웬만한 자신감이 깔리지 않고서는 말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는 비아그라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때 음지에서 병(발기부전)을 숨겨왔던 환자들이 정규적인 치료를 받으며 새롭게 발굴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발기부전은 아직도 환자들이 개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김차장의 생각으로 경쟁품 출현에 애써 무딘 감정을 표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실정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는 99년 10월 한국에 상륙했다. 당시 심장질환 부작용 등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언론의 주시 대상이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주인공이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화이자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 2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계됐다. 연평균 70% 성장률에 덩달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도 비아그라 덕을 톡톡히 봤다. 매년 100%씩 신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서는 암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례로 한국 화이자에 가짜 비아그라에 대한 검사 의뢰가 2000년 대비 2001년에는 10배나 폭증했다.

김차장은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준다고 판단된 것인지 검경 및 세관의 단속이 강화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비아그라 암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를 포함, 중국 등 동남아 국가는 아직도 성행한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약품 구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관념도 문제가 있는 만큼 꼭 정품을 사서 복용하고 ~생님들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그녀는 사투리를 곁들여 권고했다.

그녀는 올해 경쟁 품목이 들어오는 것에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수성 전략을 마련중이다. 전문의약품이지만 직접 소비자들을 찾아 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방침이다. 의사들 대상의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당연지사.

소비자 마케팅은 "성지식에서 소외된 노년층을 대상으로 의사 및 교수들을 초청해 그들이 겪는 고통과 실생활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또 중요한 것이 있다. "비아그라가 심장질환에 좋다"는 컨셉의 전파. "비뇨기과 및 심장관련 교수들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그녀는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고 비아그라 도입시 초창기 잘못 과장됐지만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 부분에서 그녀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아그라 잘못 쓰면 심장사 한다"는 고정관념을 어떻게 깨트릴지 말이다.

현재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1시간여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의 품목에 대한 애착과 신뢰를 열정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얀센서 화이자로 전직한 후 맡기로 돼 있었던 품목이 갑자기 'drop out'된 것이다. 당시 짤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많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우연찮게 비아그라 PM 제의가 들어왔고 '여자, 미혼'이라는 고정관념에 개의치 않고 즉석에서 수용했다. 결국 대박을 터뜨렸다.

여자로 비아그라 마케팅을 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은 특별한 에피소드도 별로 없다는 김선빈 차장. 그녀는 "국내 발기부전 환자가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여자들에게도 문제가 된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몰라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고 비아그라가 그런 흐름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 후 전화로 추가 질문을 던졌다. 조심스럽게 미혼인 것을 묻자 그녀는 "올해 결혼이 목표"라며 전화통 너머로 깔깔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는 어떠냐는 물음에 "의사는 비즈니스 파트너지요"라며 "느낌이 오는 사람 만나면 갑니다"라고 또 한번 크게 웃었다. 약사이기도 한 그녀는 올해 30대 초반의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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