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메카는 교수등 이식팀 전원 팀웍이 근간'
2001.09.15 15:00 댓글쓰기
국내 장기이식의 산실을 꼽는다면 단연 서울중앙병원 장기이식센터(소장 한덕종). 병원은 장기이식에 관한 '국내 첫' 이라는 타이틀이 수식어로 지칭될 정도. 20C 국내 장기이식의 새로운 획을 그어 온 이식센터가 올해 10살을 맞았다. 의학분야 수술의 종합예술로 일컬어지는 장기이식.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장기이식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서울중앙병원. 한덕종 소장은 "모든 사람들의 팀웍이 근간이 됐으며 이를 통해 환자들에 신뢰가 쌓인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편집자주>

90년 신장이식을 필두로 이어진 서울중앙병원 장기이식의 역사. 심장, 간, 췌장 같은 장기이식의 개척은 물론 양적인 측면서 국내 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 몇몇 나라에는 이식술 전수국의 입장이고 국내외서 견학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2월 새로운 장기이식법이 통과되기 이전까지 병원에서는 연평균 250~300건 내외의 장기이식이 실시됐다. 국내서는 단연 톱. 각막과 골수이식까지 포함하면 훨씬 그 수가 많다.

국가 주도의 장기이식관리(KONOS)로 뇌사자 장기기증이 급감하고 있지만 병원의 이식수준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 있다. 바로 생체이식.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신장의 경우 99년 92건, 2000년 88건에 이어 올해 8월31일까지 86건을 달성했고 간은 99년 82건, 2000년 105건, 올해는 벌써 81건을 성공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가족에게 기증하기 위한 숫자가 국내서는 가장 많은 것이다.

한덕종 소장은 "뇌사자 장기 기증이 드물자 혈연간 장기이식이 늘고 있다"며 "환자와 가족들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을 병원은 이식 성공으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소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국가적으로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고 이를 장려해야 함에도 불구 오히려 우리나라는 퇴보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주도의 장기관리로 인해 뇌사자 장기기증이 급감하고 있고 이로 인해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기 때문. 또 장기이식 규제로 시술 수준도 퇴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

한소장은 "관 주도의 비효율적인 장기관리로는 국내 이식수준이 퇴보한다"고 단언하며 정부의 정책 추진에 강한 불신을 표했다.

그동안 여러 모임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는 한소장은 미국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도 복지부는 관리만 하고 民이 주도해서 뇌사자 장기이식과 생체이식 등을 활성화하고 공여자와 수여자를 매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소장은 코노스와 관련 수차례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뇌사자 장기이식이 거의 없다보니 집에서는 좋은 가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애써 고민을 회피했다.

예전에는 뇌사자 장기기증이 빈번해 밤은 물론 새벽시간을 불문하고 수술장에 나왔으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소장은 "뇌사자 발생은 예전과 비슷한데 수술은 급감했고 올해는 더 줄어든 것 같다"고 그 같은 현실을 재확인했다.

한소장은 "수술도 줄어드는 데다 장기의 이송에도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적출 등에 시간이 소요돼 장기의 질도 떨어진다"고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한소장의 생각이다. 한소장은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요청하는 국회의원 비서관들이 전화를 받았다며 현장 확인은 하지 않고 자료만 달랑 요청하는 모습에 너무 실망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남에서 병원 장기이식센터 10주년 관련 이야기보다는 장기이식이 급감하는 현실에 시간의 90%를 할애했다. 내내 이식 전문가로서 의사로서 안타까움을 표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한소장은 서울중앙병원 장기이식센터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자 "관 주도의 장기이식 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 장기이식의 최고 권위자중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내뱉은 말. 정부가 진짜 국민건강을 위해 귀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 아닌가 내내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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